행동수정 26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 밖을 뛰쳐나가는 아이 때문에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등교를 하고 교실 밖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 계신다. 언제 뛰쳐나올지 모를 손자 용지(가명)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아이와 함께 등교를 해야 하는 하루의 시작이 매우 답답한 현실이지만, 맞벌이를 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 용지를 위해 할머니는 벌을 쓰고 있다는 표현을 하셨다.
용지는 초등학교 2학년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동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실제 나이(생활연령)로는 4학년 학급에 소속되어야 한다. 용지는 또래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세다. 용지가 교실 문을 열고 복도를 가로질러 현관 밖으로 뛰쳐나가면 할머니가 지키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용지의 달리는 속도에 맞춰 할머니가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용지를 잡기 위해 공익선생님이 달려야 하고 공익에게 붙잡혀 다시 교실로 돌아 온 용지를 달래는 일은 할머니의 몫이 된다. 할머니는 같은 반 친구에게 피해가 될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거나, 고집이 감당되지 않으면 집으로 데려 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는 용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전하면서도 힘에 부치고 기력이 딸린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장애 자녀를 양육하다보면 온 가족이 동원되는 안타깝고 애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니 더 답답한 현실이다.
용지가 교실을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의 수업이 어렵거나 흥미와 재미가 없을 때, 과제나 활동이 어려워 회피하고 싶을 때, 다른 놀이나 게임을 하고 싶을 때, 가끔 운동장에서 놀고 싶을 때 뛰쳐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지는 복도에 할머니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수업 시간 중에서 뒤를 돌아보거나, 교실 문 쪽으로 다가가는 행동을 보였다. 용지에게는 교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반복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자폐아동의 학습 형태는 모방학습, 반복학습, 관찰학습이다. 용지에게 간단하고 단순한 언어적 설명과 지시 따르기를 진행해야 한다. 구구절절하고 장황한 설명과 지시는 이해하지 못하므로 효과가 없다. 만약에 복도에 용지 할머니가 없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섣불리 할머니가 복도에서 보초를 서는 행위를 하지 말자고 권하기는 어렵다. 용지의 뛰쳐나가는 행동이 나타나면 같은 반 또래 아이들이 “용지, 용지, 용지가 뛰쳐나가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선생님과 공익선생님, 보조 선생님이 각각 한 마디씩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복도에서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소리도 더해진다. 용지를 따라 뛰는 소리가 복도에 울리면서 운동장에서 한바탕 질주가 이루어지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아마도 용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관심을 받으며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만약에 복도에 용지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없다. 용지가 밖으로 뛰쳐나가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공익선생님만 따라 나간다. 물론 출입을 통제하는 교문이 안전하게 닫혔다면 이 정도의 모험을 해 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할머니의 교육 방법이 용지를 더 뛰쳐나가고 싶게 하는 것은 아닐까? 공익선생님께 붙잡혀 온 용지는 할머니의 잔소리를 듣는다. “너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니 안했니. 엄마한테 말해서 혼내 주라고 할 거다. 할머니는 이제 너랑 못하겠다.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했지. 뛰면 안 된다. 도망가면 안 된다고 했지. 친구들이 다 보고 창피하지. 에구, 우리 용지 착하지. 이제 들어가서 공부해. 할머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설명의 핵심을 뭘까? 용지가 할머니의 잔소리 같은 설명을 알아들었을까? 용지가 알아듣는 것은“안 된다”는 말뿐이다. 우리는 용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설명할 때는“수업시간에 나오면 안 돼”라는 단호한 말이다. 용지에게 꼭 지켜야 되는 행동만 단호하고 짧게 말하는 습관을 기르자.
발달장애 아동에게 교실에서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
①안전 강조하기: “앉아 있으면 안전해요!” “교실에서 앉아 있으면 넘어질 위험이 줄어들고, 다른 친구와 부딪힐 위험도 줄어요.”라고 설명한다.
②집중력 향상: “앉아 있으면 더 잘 들을 수 있어요.” “앉아 있으면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듣고,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③규칙 설명하기: “교실에는 규칙이 있어요.” “모두가 의자에 앉아야 수업이 잘 진행돼요.”라고 설명하여 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④함께하는 활동: “앉아서 함께 활동해요!” “우리 모두 앉아서 함께 그림 그리기나 놀이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요. 앉는 것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⑤긍정적인 결과: “앉아 있으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요!” “의자에 잘 앉아 있으면 선생님이 칭찬해주고,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발달장애 아동에는 간단하고 명확한 언어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