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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대디 May 10. 2022

이 노래가 듣기 좋아졌네?

느끼하고 웃긴 노래가 따뜻한 노래로 다가왔다

"오 놀라워라~ 그댈 향한 내 마음~"


윤종신 님의 환생이라는 노래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맑은 날씨에 도로 위엔 차가 별로 없었다. 빨간 불에 멈춰서 신호를 기다리며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 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만할 거예요.

어느새 손가락으로 리듬을 타고, 가사와 함께 아내를 떠올려본다.

신호가 바뀌었다. 정신 차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라디오에서는 CM송이 나오고, 나는 생각에 빠졌다.


스마트폰으로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을 검색한다. 제목이 환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90년대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트로가 재생된다. 20대 초반 우연히 이 노래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멜로디와 분위기였다. 그때의 나는 ‘느끼하고 웃기는 노래’라고 생각했었다. 30대 중반이 된 나는 이 노래의 가사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를 떠올리고 있다. 20대 초반의 나에게 모진 세상은 ‘남들보다 늦은 군입대와 제대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에게 모진 세상은 ‘두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어떻게 더 좋은 가정을 만들까'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윤종신 님의 목소리가 자꾸만 내 눈길을 돌린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바라보는 단 한 사람, 내 연인을 보라 한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 연인, 내 아내다.

두 아이와 있는 아내가 아닌 연애 시절의 아내다.


맞다.

우리도 이렇게 좋은 날이 있었지.

같이 한강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돗자리 위에서 나른하게 누워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지.


‘느끼하고 웃기는 노래'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되었다.

연애 시절 뜨겁게 사랑하던 아내와 아이 둘을 돌보는 아내의 모습이 겹쳐지며 찐한 감정이 올라왔다. 마치 벌집에서 꿀을 쥐어짤 때처럼 찐득하고 달콤한 감정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공원에 가야겠다 다짐했다. 아이들 따라다니느라 정신없겠지만. 아이들 손 말고 아내 손을 잡고 공원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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