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아침형 인간

by 바실리사

긴 시간, 나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표현은 "야행성"이었다.
엄마의 기억에만 저장되어 있는 시절, 나는 부모님의 파수꾼도 이런 파수꾼이 없었다고 하니,
다음 날 배달되어 온 신문을 본 뒤에라야 잠이 들곤 했던 청춘은 어린 시절부터 지극히 예상 가능한 내 모습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엔 8시만 되면 피곤함이 느껴지고, 9시만 되면 졸음이 온다.
한 때는 분명, 잠도 안 자니까 심야프로가 제격이라고 자정부터 새벽 두 시까지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맡아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9시쯤 잠이 들어서 다음날 6시쯤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달까.


귀에 못이 박히게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이 아침형 인간의 기본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것이었는데, 야행성에서 새벽형으로 완벽하게 바뀐 지금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는 역시나 '엄마'일 듯 싶다.


저녁이면 눈꺼풀에서부터 두 덩어리의 그 무언가가 대롱대롱 눈을 감으라고 끌어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고, 아이들 재울 때 머릿속으로는 이따가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곱씹지만 같이 잠들어버리는 일이 부지기 수.


아마도 낮시간을 부지런히 살아냈기 때문에 얻어지는 값진 피곤일 것이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해 떠 있는 시간의 보람된 노동. 전의 내가 가만히 앉아 세상의 겉만 훑고 살아가던 껍질의 청춘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세상의 속도 슬며시 열어보고 맛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아이들 책 한 권을 더 읽어주기가 힘들 만큼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되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의 나는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게 된다.
나를 이토록이나 변화시킨 내 고마운 보물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자주 화를 내지만 그래도 하루가 저무는 시간이면, 언제나 마침표는 '감사함'이다. 엄마여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여자여서 오늘도 많을 다, 행복할 행자를 마음에 쓰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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