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의 사랑

by 바실리사

아이를 키우면서 첫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소싯적 미술 선생님께 엽서를 쓰던
베토벤의 정열 어쩌고를 익명으로 남발하며 미술실 문틈으로 엽서를 밀어 넣던 그런 나의 첫사랑이 아니라,
한때 내 인생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진짜 진짜 완벽했던 처음의 사랑에 대해.

난 한때 그이가 없으면 잠도 잘 수없고
결국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쓰러지기도 했다.
잠깐도 떨어지기 싫어했으며
늘 그리워했고
언제 어디서라도 냄새로, 목소리만으로
내게 기쁨을 주던 완벽한 첫사랑.

내가 사랑을 처음으로 배웠던 시작점이며,
이젠 내가 가야 할 사랑의 종착점.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태어나 최초로 겪은 극진한 이 사랑의 이름은
모성.

엄마가 내 첫사랑이라는 것을
난 내 아들을 키우며
이제야 머리로 되짚어본다.

큰 아이 낳고 한 8개월쯤 되었을까.
남편과 잠깐 이야기를 해야 했고
필요한 이것저것도 구입하느라 한 시간 정도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웠다.

대략 이야기와 쇼핑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울면서 지 엄마 찾는다고.

갑자기 급해진 마음으로 남편은 차를 몰고 나도 후다닥 집으로 올라가니 이미 얼굴은 눈물자국.
바로 코 앞에 내가 있는데도 내 품에 오지 못해 서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언제 어느 때
내가 기억하는 한
나를 이렇게 애타게 찾는 이가 있었던가.
언제나 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반응하고
꼭 끌어안아주는 존재가 있었던가.
내가 이렇게 한 사람에게 완벽히 환영받는 존재인적이.

나는 어젯밤 잠자는 중에도 나를 찾는 아들을
내 품에 땀나도록 껴안았다.

이 첫사랑을,
아들은 기억하지 못할
이 완벽한 사랑의 기억을
오래오래 행복이란 이름으로 간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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