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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tin Dec 29. 2023

기어코 12월 마지막주까지 끌고 온 그것

미루고 미루고 미뤘지만 결국 했으니



2023년에 아주 적은 일이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 나의 세상에 대한 배반이다. 왜냐면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어떤 마음을 먹고, 어디를 떠나고, 무엇을 해내고, 여기로 오고, 누구와 만나고 등등등 다 떠나서 기한이 딱 올해 2023년 12월 31일이었던 일이 있다. 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는데, 12월 29일인 지금 이 순간에 기억이 안 나거나 아니면 이미 놓쳐버린 것 일수도 있다. 어쩔 수 없지 뭐!



뭐가 되었든 간에 '해야지, 해야지, 다음 주에는 해야지, 다음 달에는 해야지'하며 미루던 일을 12월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간신히 완수했다.



바로바로!

운전면허증 갱신




딱 올해가 지나기 전에 했어야 하는 일이다.




2종 운전면허증 갱신


10년 전, 스무 살 막바지의 나는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당시 재수가 망하고 (망했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정말 망했다.) 침대 위에 혼자 쭈구리고 있다가 간단한 자격증이라도 따라는 엄마의 권유로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다. 추웠던 날씨에 2주 정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꽤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내 면허증을 발급받았던 그날은 유독 추워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다. 딱히 약속은 없었지만 서투른 메이크업을 연습하기 위해 화장도 해보고 나름 예쁘게 차려입었었다. 맨날 입던 패딩 대신 꺼낸 베이지색 모직 코트와 지금은 절대 안 입는 짧은 블랙 스커트. 추위에 덜덜 떨며 면허증 발급을 기다릴 때의 옅은 네이비색 하늘과 따갑게 볼을 때리는 바람의 촉감까지도 얼핏 선명하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그날이 현재까지도 나의 마지막 운전날이라서? 이후로 10년간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다. 물론 모터쇼나 자동차 전시장가서는 실컷 잡아보았지만!



내가 면허증을 땄던 당시 2013년은 물면허의 시대였다. 정말 기본적인 차량 조작과 50m만 직진 주행하는 장내 기능 시험 등 2011년 시행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의 혜택 아닌 혜택을 받으며 꽤 쉽게 땄다. 이후 실제 교통사고율이 증가하며 2016년부터는 난이도가 대폭 강화되었다. 고로 나는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며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만 내년에는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수를 받아야겠다. 왠지 나 운전 진짜 잘할 것 같으니까. 어쨌거나 나 무사고 경력 10년이잖아? 대형 SUV와 스포츠카 하나씩 사서 딱 그날 기분에 따라 끌고 다니면 얼마나 멋지겠어? 얼굴에는 선글라스 무심하게 툭 얹고, 왼쪽 팔은 창문에 툭 걸치고, 오른손으로 툭 운전하는 나의 모습! 캬 상상만 해도 그 장면이 기가 막히는구나. 이를 위해서 거쳐야 할 단계가 좀 많긴 하네. 뭐 일단 계획을 짜보면 되겠지?



올해 2월부터 갱신 안내 문자를 받고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주말에 생각났다. "아 맞다! 운전면허!" 살펴보니 6개월 내에 촬영한 사진이 필요했다. 급하게 동네 사진점에 예약하고 정말 오랜만에 증명사진을 찍었다. 촬영된 사진 파일을 받아 간신히 엊그제 접수했다. 딱히 사진에 대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기대이상으로 보정이 적절하고도 예쁘게 되어서 오히려 지금 찍길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곳 말고 이 사진관에서 찍게 되었으니까. 크리스마스 이브 일요일 저녁에 찍은 2023년의 내 모습. 아주 맘에 든다. 무엇보다도 얼굴뿐 아니라 난 그냥 나를 사랑해! 이제 이틀 남은 2023년 마무리 잘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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