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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캄준 CCJ Dec 30. 2022

모바일 게임에 지갑을 여는 원인 - BM 1편

유저들을 결핍한 상태에 있게 만들고 이를 충족해 주는 상품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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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유저들이 왜 게임에 지갑을 여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게임일 뿐인데 거기에 수십만 원 수천만 그리고 억 단위로 돈을 왜 투입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살면서 게임을 접해보지 않고 살아온 분들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게임에 수백만 원은 무리해서 쓸 수 있을지라도 수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죠.  이렇게 유저들은 참 다양합니다.  무과금 즉 게임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 조금씩 돈을 쓰면서 따라가다가 더 이상 다른 유저들의 소비 속도에 맞추지 못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게임을 접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미국에 언더 래퍼로 활동을 하다가 대규모 음반사 Def Jam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아 합류하게 된 아티스트 Wax는 2011년 발매한 'Eviction Notice' 앨범의 'Need' 곡에서 이러한 가사를 작성합니다:


"God damn man I just need to relax, watch some late night TV

Aw infomercials... Aw f*** I need all this s*** too!"

늦은 밤 TV를 보며 머리를 식혀야겠어

와 홈쇼핑 광고... 이건 사야 해!


I got a lot of insecurities, use 'em to attack me

I'm going bald, getting fat, plus I got acne

I'm looking like a combination of all the before pics

Please pretty please let me make you more rich

자신감이 부족한 나의 특징을 역이용하여 나를 공략하지

머리가 빠지고, 살이 찌고 있는 데다 여드름도 나지

나는 성형 전 사진들을 다 합성하여 만든 사람 같네

(내 자신감 회복을 위해) 제발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게

Wax의 Need 뮤직비디오 중.  무언가를 서둘러 사러 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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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읽어보니 텔레비전을 좀 쉬기 위해서 틀었는데 홈쇼핑 광고를 보고 나서 자신감을 상실하여 이를 보완해 줄 무언가를 구매해야 하는 것만 같다는 내용의 가사입니다.  광고에서 머리가 빠지고 있는 당신에게 탈모제를 팔고, 살이 찌고 있는 당신에게 다이어트 약을 팔고,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있는 당신에게 세안제 등을 판매하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도 결국 나중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당신으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 집에서 한다는 이야기가 반에는 모두가 아이폰을 쓰고 있으니 갤럭시 말고 사과 로고가 붙어 있는 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한다는 트렌드가 있다고 어느 아이 아버지 되는 사람이 이야기해 주더군요.  이러한 현상은 성인 사이에서도 존재합니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남편은 이런거저런거 해 준다며 비교하는 여자친구 또는 아내가 있다고들 합니다.  누구누구는 무엇이 있는데 나만 없기 때문에 나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살면서 많이 들어본 논리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구나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기반하여 우리는 상대와 나를 비교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고객의 결핍을 부각하고 이를 채워주는 상품을 판매합니다.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이 아닌 이상 타인보다 상대적으로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발생했을 때 그것을 갖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지요.  위의 가사를 다시 상기시켜 보시죠.  머리가 빠지니 탈모 제품을, 살이 쪘으니 다이어트 상품을, 내 돈을 부디 다 가져가서 부자가 되오!


이렇게 무언가 필요하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결함이나 결핍이 사라지게 되어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필자가 성장할 때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73c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말은 즉슨 대부분의 남성들의 경우 173 정도라는 것이죠.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180cm가 되지 않으면 루저라고 열등의식을 자극합니다.  이렇게 해서 팔리게 된 상품들이 작게는 키높이 깔창, 키높이 신발, 성장판 확장 관련 약품 그리고 키를 늘려주는 수술까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180이 안 되는 건 지극히 정상이라는 걸 망각한 청년들이 많았다는 게 안타깝지만 말이죠.


이렇게 사람의 열등의식 또는 나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심리를 자극하여 수요를 창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을 공급하며 돈을 버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창출과 충족의 일련의 사이클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패턴은 게임과 그 운영 방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심리를 가장 잘 파고들어 유저들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하는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리니지 IP입니다.  리니지는 MMORPG 장르의 게임으로 메인 컨텐츠가 유저 간의 전투입니다.  전투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서로 누가 더 강력한지 겨루게 됩니다.  그리고 전투에서 승리한 유저와 세력은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여러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한 승리에서 오는 충족감이 얼마나 큰지 궁금하여 실제로 <리니지W>를 게임 출시 1주년에 맞춰 직접 플레이해 보게 됩니다.  우선 게임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퀘스트를 통해 보여줍니다.  게임 내에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퀘스트를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보여주는 멋있는 시네마틱.  그리고 수라 클래스 또는 직업군 캐릭터가 사냥할 때 내는 상쾌한 효과음과 끌리는 그래픽 이펙트.  몬스터 하나하나 잡을 때 느끼는 그 쾌감과 재미.  

수라 평타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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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리니지W> 특유의 매력이 무과금으로 퀘스트 밀다보면 어느 순간 느껴지지 않기 시작합니다.  퀘스트를 더 해야 하는데 자꾸 죽는 것이죠.  이제부터 왜 더 강해져야 하는지 게임이 유저를 길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여기서 유저는 이탈하거나 게임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결핍 그리고 이를 충족하는 사이클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후자의 경우 게임에 과금을 하는 경로입니다.  결국 속는 셈 치고 55,000원짜리 1주년 장비 지원상자를 구매하였습니다.  총 7개의 아이템과 강화 주문서를 지급받습니다.  이미 강화된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다시 퀘스트를 깨러 갑니다.  아니 웬걸 단돈 55,000원으로 더 이상 죽지 않는 겁니다.  갑자기 게임 플레이가 엄청나게 쾌적해졌습니다.  퀘스트도 쭉쭉 밀리고 인게임 통화인 아데나도 모이기 시작합니다.  게임할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유저는 처음에는 필드 몬스터와의 전투의 재미 그리고 과금을 하였을 때 쾌적하게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을 55,000원 소비를 통해 학습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유저는 필드몹과의 전투의 재미 그리고 과금하게 될 경우 쾌적하게 레벨업을 하면서 성장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죠.  그리고 레벨업을 하면 사냥할 때 도움이 되는 스탯을 올릴 수 있게 해 줍니다.  예컨대 레벨업 하게 되면 힘을 올리게 하여 필드 몬스터를 잡을 때 더 많은 대미지가 가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유저는 또 레벨업을 해야 하는 원인을 알게 되고, 레벨업을 통해 스탯을 찍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무의식 중에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이 제시하는 레벨에 적합한 사냥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냥터에 레벨에 따라가서 사냥을 하게 되면 해당 레벨에 걸맞는 경험치를 먹으면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겠죠.  필자의 경우 레벨이 47이지만 32 레벨 몹을 잡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레벨 구간이 40~50 되는 몹을 잡으면 회복 포션이 순식간에 고갈되어 아데나는 축적이 안되고 죽는 것이죠.  그래서 저 레벨 구간에서 사냥하며 천천히 성장하는 방향으로 타협을 한 겁니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소비 통제가 되는 유저의 경우 타협을 하겠지만, 5만 원 쓴 거 몇십만 원 쓰자는 마인드 라면, 엔씨소프트가 디자인한 방향대로 쭉 따라가게 되면서 불편함이 없는 게임 본연의 재미와 조금 더 가깝게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결제를 하면서 게임사가 디자인한 결핍을 소비로 상쇄하면서 쭉쭉 밀고 나가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유저는 필드몹 보다 강해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게 됩니다.  레벨이 오르면 강해지고, 사냥이 쾌적해지는데, 레벨 올리는 걸 방해하는 유저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리니지W>의 경우 동일 서버 상에 여러 채널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사냥터 A라는 장소는 서버에 있는 모든 유저가 공유하는 것이죠.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게임의 경우 한 서버에도 채널이 여러 개 존재합니다.  채널이 30개라면, 사냥터 A가 서버에 30개라는 의미입니다.  채널 1에서 사냥터 A 자리가 꽉 찼으면 나머지 29개의 채널을 돌며 빈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방해하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은, 나의 쾌적한 사냥을 서버에 있는 다른 유저들이 방해한다는 것이고, 다른 채널로 가서 쾌적한 장소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저들은 게임을 초기에 진입하여 플레이할 때 퀘스트에서 느낀 타격감, 쾌적함 등의 기억이 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면서 엔씨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핍감을 상점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이제 나의 쾌적함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필드몹보다 약해서 사냥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잡아야 할 필드몹을 다른 유저가 잡음으로 쾌적함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리니지W>에는 PK(Player Kill)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PK 시스템에 따라 해당 사냥터에서 나를 방해하는 유저를 죽일 수 있습니다.  유저가 없으면 이제 서버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냥터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유저를 공격하였더니 반격 당해 오히려 죽은 겁니다.  이때 유저들은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됩니다.  쾌적하게 사냥하면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필드에 있는 유저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함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사냥터는 서버에 하나밖에 없고, 이 레벨 구간에서는 여기에서 몹을 잡지 않으면 최적화된 레벨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한 유저는 이제 해당 사냥터에서 자유롭게 자리 잡고 사냥하는 유저보다 강해지려는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사냥터를 통제하고자 상점을 둘러보게 됩니다.


Wax의 곡에 이어 자본주의를 테마로 다루는 Cool Calm Pete의 Black Friday입니다.  명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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