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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 Feb 19. 2023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은 어디까지 괜찮을까?

이따금 소소한 행복도 불행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 이 욕망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재물욕 같은 것과는 다르게 무해하고 보편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도 그 욕망에 충실하게 따랐다. 다채로운 맛을 찾아 새로 생긴 맛집을 찾아다니고, 고열량의 맵고 단 배달 음식을 시켰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새로운 물건은 최대한 사지 않아도, ’맛있는 거 먹으려고 돈 버는 거지‘, '이왕 먹는 거 최고로 맛있는 걸 먹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음식은 고민 없이 바로바로 도전했다.


그러다가 한 끼라도 맛없는 것으로 낭비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이딴 쓰레기 음식으로 시간과 돈과 위장을 낭비했단 말인가! 결국 그 후회를 상쇄하기 위해 달콤한 디저트를 찾아 먹었다. 어느 날은 늘 맛있었던 식재료도 질리기 시작했다. 뭔가 심심한데? 내 혀를 자극할 새로운 식재료나 새로운 조합이 필요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은 맛있는 음식을 찾았다고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맛있는 음식을 찾게 만든다.


음식에 대한 욕망은 어디까지 괜찮을까? 맛있는 음식을 추구함으로써 매일이 행복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망은 때때로 고통을 낳는 법. 이 욕망이 그리 순수하고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냉장고에 어제 먹은 식재료가 남아 있지만 질린다는 이유로 버릴 때, 이것저것 맛보기 위해서 남길지도 모르는 양의 음식을 시킬 때, ‘그저 그런’ 음식을 먹고 이유 없이 우울해질 때, 이 충분한 걸 알지만 뭐라도 더 입에 넣고 싶을 때, 내 욕망으로 인해 희생되는 무수한 생명들이 떠오를 때.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풍족하다는 것을 안다. 물가는 올랐지만, 여전히 길거리에는 음식의 유혹이 가득하다. 물론 나도 붕어빵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좋아한다. 게다가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비해 음식은 너무 손쉽게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아무 잘못 없는 음식으로부터 오는 즐거움까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이따금 그 소소한 행복이 나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행으로 바뀔 때가 있다. 그때 나는 한발자국 떨어져 생각한다. 이건 집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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