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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 Feb 26. 2023

사람들이 좀 시시해 보이시나요?

사람들이 좀 시시해 보이시나요?


유튜브에서 어떤 인물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한 사람이 적은 댓글에 눈이 멈췄다. 현실 세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영상 속 인물에게 남긴 말이었다. 이어서 그는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일 텐데. 지금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도 주변에 신경 쓸 일을 배재하거나 멀리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좁은 수준의 의미로 느껴진다”라고 지적했다.


분명 영상 속 인물을 향해 남긴 말이었지만, 뜨끔해지는 것은 그 댓글을 읽고 있는 나였다. 퇴사를 하고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어쩐지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원치 않는 관계는 과감히 덜어내고 보고 싶은 사람만 보고, 아무 부담을 지지 않은 채 출퇴근 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고통은 멀리하고 안온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사는 삶.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일부가 조금 시시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각자의 고유한 사연과 그 속의 마음가짐은 존중하고, 때로는 공감도 가지만, 그 아픔이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 혹은 가지 않을 길로 본다면 그건 오만일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싫다지만 아직 몇 년간의 사회생활을 해온 잔재는 마음 깊이 남아 있어서 결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실 나 자신도 시시하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조금 더 행복하려고, 의미있게 살려고 발버둥쳐도 그런 삶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결국 선택하게 되는 일은 뾰족하고 제한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신경끄기, 도망치기, 포기하기, 가만히 있기, 뭐 그런 비슷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시시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시시한, 아무 것도 아닌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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