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작가 Sep 05. 2022

결혼, 부부- [두사람]그림책을 샀다

그림책 사는 어른

결혼에 대해 내가 생각할 때마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한 남자와 깊은 영적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밀접하게 묶어 줄 수 있는 보다 소박한 의식들이다.

가구를 함께 고르고 머리를 맞대고 휴가 계획을 세우고 서로 옷장을 넓게 차지하려고 애쓰고 치약을 함께 쓰고 지난해와 같은 방법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인생을 함께 만든 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농담, 함께 공유하는 친구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침에 누가 커피를 만들고 누가 신문을 가지러 갈지 아는 것.

상대방이 즐겨 되풀이하는 이야기를 지루하지만 반복해서 들어주는 편안함 등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뿐 아니라 작은 것들도 함께 나누겠다고 서약하는 것이 누군가와 첫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내게는 더욱 인간적이고 달콤한 것으로 여겨진다.


------ 셰럴 머서. 성숙한 인간 중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 부분과 거의 유사했다.     

 

[두 사람] 그림책 속에서 두 사람은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부부일 수도 있다.

그중에서 결혼, 부부관계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열쇠와 자물쇠 같아요.

세상 수많은 자물쇠 가운데

단 한 개의 자물쇠만이 이 열쇠로 열 수 있고

세상 수많은 열쇠 가운데

단 한 개의 열쇠만이 이 자물쇠를 열고 닫을 수 있어요.     

가끔 열쇠는 없어집니다.

가끔 자물쇠는 막히기도 하지요.


수많은 열쇠와 자물쇠 중에서 단 한 개의 열쇠가 자물쇠가 되어 마음을 열었지만 가끔 열쇠는 없어지고 자물쇠는 막히기도 한다.


누구나 결혼을 하지만 누구나 행복하게 살지는 못한다.  

신데렐라와 결혼한 왕자는 왜 그렇게 구두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지 후회할 수 있고

개구리에게 키스한 공주는 “내가 미쳤지, 개구리한테 키스를 왜 했을까” 하며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달라서 매력적이었던 점은 달라서 견딜 수 없는 점이 되고

비슷해서 느꼈던 동질감은 비슷해서 참을 수 없는 지겨움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드넓은 바다 위 두 섬처럼 함께 살아요.

태풍이 불면 함께 바람에 휩쓸리고 해질녘 노을에도 같이 물들지요.

하지만 두 섬의 모양은 서로 달라서

자기만의 화산, 자기만의 폭포,

자기만의 계곡을 가지고 있답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건 사실이지만 함께여서 같거나 비슷하다고 착각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부부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만  

자기만의 화산, 자기만의 폭포, 자기만의 계곡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가끔 낯설게 느껴지거나 영원한 남의 편으로 느껴질 때 이 책을 떠올리면서 그래, 우린 다른 섬이지. 같은 바다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섬이라고 랩처럼 되뇌어 볼 참이다.

그래 우린 원래 다른 섬, 같은 바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있지만

그래 우린 원래 다른 섬, 다른 화산, 다른 폭포, 다른 계곡이 있는 다른 섬

      

가끔은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있기도 해요.

따뜻하고 즐거운 노란색과 서늘하고 진지한 푸른색처럼요.

두 가지 색이 만나면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즐겁고 서늘한

들판의 색깔이 나온답니다.      


하나일 때보다 서로 다른 색깔이 섞여서 다른 색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함께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너무 멀지도, 숨 막히게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색깔을 남겨둘 수 있기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이기


두 사람의 관계가 남편과 아내이거나, 부모와 자녀이거나, 친구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은

너와 나는 다르고 다른 사람이라는 것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어렵고

함께여서 더 쉽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며 읽어주던 그림책, 아이들과 놀아준다며 읽어주던 그림책

아이들은 이제 그림책을 읽을 나이가 훌지났지만 나는 그림책을 계속 산다.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읽기 위해 산다.

[두 사람] 그림책을 샀다.             

작가의 이전글 오십이 된 X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