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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작가 Oct 22. 2024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 웃음을 주는 책  

그림책- 키오스크

올가는 아주 작은 가판대, 키오스크에서 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팝니다. 키오스크 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날마다 단골손님들이 뭘 사려고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올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신사는 조간신문을 사고 연애에 늘 실패하는 숙녀는 여성 잡지를 찾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오늘의 운세를 읽은 뒤 복권을 사고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는 남자는 10시 35분에 물 한 병을 삽니다.

키오스크를 찾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지나갑니다.


저녁이 되면 일이 끝나고 올가는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가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 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바다 꿈을 꿉니다. 어느 날 아침, 신문 뭉치가 평소보다 멀리 놓여 있어서 그걸 들여놓으려 애쓰고 있는데 과자를 훔치려는 남자애들을 발견합니다. "안돼!"라고 말하며 손을 뻗는 순간 엄청난 일이 생깁니다. 


갑자기 올가의 세상이 뒤집어지는데요. 키오스크 안에 있는 채로 함께 넘어진 올가는 키오스크를 다시 세우며 일어납니다. 올가는 키오스크를 들어 올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잠깐 산책을 하기로 합니다. 키오스크 안에 있는 채로 키오스크와 함께 움직이는 거죠. 산책 길에 개를 데리고 있는 신사를 만납니다. 올가 주위를 빙빙 돌던 개의 목줄이 올가의 다리에 감기면서 키오스크와 함께 물에 빠집니다.


사흘 밤낮을 떠다니던 올가는 바닷가로 밀려갑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키오스크와 함께 움직인 올가가 도착한 곳은 해변입니다.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게 되죠. 올가는 키오스크 안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옆에 여행잡지를 두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습니다. 여행잡지에는 산 그림이 있는데요, 올가는 이번엔 산으로 가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면서 변화를 꿈꾸기도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변화를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날, 뜻밖의 사건들로 올가의 작은 세계가 뒤집히고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나쁜 일이 나쁜 일만이 아닌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기회는 또 변화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언젠가 바닷가로 가는 꿈을 꾸던 올가가 우연히 키오스크가 뒤집어지는 사고로 인해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물에 빠져서 흘러 흘러 바닷가에 갈 수 있던 것처럼 말이죠.


만약 올가의 모든 세상이었던 키오스크가 뒤집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개의 목줄이 엉켜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올가는 여전히 키오스크 안에서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꿈꾸던 것들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조금씩 움직이면서 얻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갑자기 마주하면 당황하기도 하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며 원망할 수도 있는데요, 올가는 불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사고에 매몰되지 않고 원망하거나 자책하지도 않고 그저 살아갑니다.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말처럼 시고 떫은 어떤 일이 생겨도 그것을 행복으로 바꾸는 올가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그러니 올가처럼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면 되고, 우산이 없으면  비를 맞으면 되죠.  불평해 봤자 지금 우산이 없고 비가 내린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다음 문장도 올가처럼 사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닐까요?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비비안 그린    


나의 키오스크, 나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생각하고 있으면 올가가 눈을 찡긋하며 웃어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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