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작가 Oct 22. 2024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는 책

그림책- 노를 든 신부 

소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준 드레스와 노 하나를 받고 바닷가로 나갑니다.

바닷가에는 짝을 지어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신부는 자신이 탈 배를 찾아보았지만 사람들은 노 하나로는 갈 수 없다며 신부를 태워주지 않았습니다. 

신부는 바닷가를 떠나 산으로 갔고 중턱에서 한 사람을 만납니다. 절대 외롭지 않을 거라면서 자기 배에 타라고 합니다. 가만히 보면 그의 배에는 이미 많은 신부가 타고 있습니다. 신부는 얼른 그곳을 떠났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또 한 사람을 만납니다. 섬에서 가장 호화로운 배라서 이 배를 타면 모두가 부러워할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부는 배를 등지고 산을 내려갑니다.


숲 속을 걷던 신부는 늪에 빠진 사냥꾼을 만납니다. 사냥꾼은 신부가 가지고 있는 노를 이용해서 자기를 구해달라고 합니다. 밧줄이 있어야만 사냥꾼을 구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신부는 노를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냥꾼을 구해주고 나서 신부는 이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신부는 노를 가지고 과일을 따고 요리도 하고 곰과 격투를 합니다.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과 야구도 합니다. 


타-악 홈런 공이 끝없이 날아가고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멋진 홈런을 치는 신부를 자기 팀에 데려가기 위해 유명 야구팀 감독들이 찾아옵니다. 신부는 하얀 눈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추운 지방의 야구팀과 계약합니다. 

신부는 여전히 노를 들고 새로운 곳으로 떠납니다. 마지막 장면은 드레스를 입고 노를 든 신부가 비행기를 타러 가는 모습입니다. 조금 긴장되지만 새로운 설렘이 느껴집니다.


신부는 늪에 빠진 사냥꾼을 노를 이용해 구해줍니다. 하지만 사냥꾼과의 로맨스는 없습니다. 혼자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납니다. 이 장면에서 인어공주를 처음 읽었던 어릴 때 기억이 났습니다.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왕자 곁에 사람으로 갈 수 있었지만 결국 왕자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됩니다. 언니들이 다시 바다로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기에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겠구나 싶었는데 인어공주는 바다의 물거품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런 바보 같은 공주 이야기는 싫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도, 자신의 생명도 다 버릴 만큼 왕자가, 사랑이 소중했던 걸까요? 결혼하지 못해도 곁에서 함께 하지 못해도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걸까요?


그 후로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 공주가 나오는 책을 볼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왕자를 만나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답답했습니다. 이 공주들은 왕자만 있으면 행복한가? 왕자와 결혼만 하면 모두 해피 엔딩인가?


공주가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반복해서 아이들에게 전해집니다. 여자 아이들은 드레스를 입고 반짝이는 구두 신는 것을 학습합니다. 반면 “왜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거죠?”  “여자는 왜 하면 안 되나요?” 세상은 정해진 것들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을 불편해합니다. 여자가 왜 그러냐며, 반복되어 온 규범과 고정관념을 들이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신부들처럼 얌전히 배에 타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한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남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는다고 잘못된 것이 아님을, 왕자와의 결혼보다 더 재미있는 삶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부들을 기억합니다.


노를 든 신부도 여성과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공 차듯이 뻥~하고 차버립니다. 노를 이용해 홈런을 치고 “이건 아니야”라고 자기만의 삶을 찾아갑니다.  신부의 도전과 모험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부터 동화를 통해 주입되는 왕자, 공주 이야기 대신 많은 여자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습니다.

왕자를 기다리는 예쁜 공주를 꿈꾸지 않고,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지금 신부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은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 읽게 되는지, 누구와 함께 읽는지에 따라 느낌이나 생각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고 자신만의 노에 대해서, 재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하는 신부 이야기가 게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편해 보이는데도, 신부가 드레스만 입고 다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삶은 그 선택들의 결과입니다. 누군가는 드레스를 입고 배에 탈 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노를 갖고 있다면 그게 하나든 두 개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부처럼 어깨에 노를 둘러메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길을 떠나볼까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심장이 쿵쿵 뜁니다.


이전 03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 웃음을 주는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