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미니멀 라이프

by Felix Park


새로운 방향을 위한 규율의 필요성


K, 오늘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베스트셀러 ‘아직도 가야 할 길’ (The Road Less Traveled)이라는 책을 집필한 모건 스콧 펙 (M. Scott Peck) 박사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합니다. 그의 책은 다음과 같은 아주 유명한 첫 문장 덕분에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지금까지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인생은 어렵다. 이것은 명확한 수많은 진실들 가운데 가장 명확한 진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진리를 직시하면 이를 초월할 수 있는 위대한 진실이다. 그렇기에 일단 인생은 어렵다는 명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 인생이 어렵다는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어서 그다음 단락에서 그는 인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규율 (Discipline)을 갖춘 삶”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합니다.


“규율(Discipline)은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들이다. 규율 없이 우리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약간의 규율은 약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인생 전반의 규율은 우리 인생 전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당신이 지난번 편지에서 읽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저를 둘러싼 기존의 ‘정돈되고 익숙한 삶’은 더 이상 언젠가는 제 인생에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던 ‘약속된 낙원’을 더 이상 보증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당연하다고 믿던 내적 규범체계가 무너져 방황하고 있던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너진 체계의 복구가 아닌 이를 대체할 새로운 내적인 사고방식과 이에 기반한 규율의 도입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제 인생에 새로운 규율로 자리하게 될 라이프스타일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었습니다. 고대 부족 국가 단위이던 삼국시대의 국가들이 율령을 도입하고 불교를 도입해 복잡한 정치 시스템을 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체제로 시스템을 일원화했듯이, 저 또한 미니멀 라이프라는 화두를 저의 인생에 새로운 규율로 도입함으로써 붕괴된 내적 질서를 다시금 바로잡고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리즘


일반적으로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이를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수도사와 같은 극단적인 금욕주의 또는 러다이트 운동 이래로 전개된 반문명 지향의 운동이나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제스처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의 실질적인 의미는 외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남김으로써 삶의 물질적 측면이 아닌 심리적 측면의 풍요로움을 느끼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지닌 물질적, 정신적 측면의 무언가를 버린다고 해석하기보다는 내가 지닌 것들 가운데 꼭 필요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미니멀 라이프를 제 인생의 기준점으로 삼게 된 순간부터 저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삶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모습을 갈구하는 반항이 아닌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고 살아가는 모습을 바탕으로 어떻게 삶의 방향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가? 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에 더 가까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니멀리스트 작가인 조슈아 필즈 밀번 (Joshua Fields Millburn)을 이를 본인의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뛰어가는 것이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것뿐이었다.”


71PlwcIsboL.jpg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게끔 한 미국의 미니멀리스트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코디마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조슈아 필즈 밀번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다르게 잡고 걷기 시작한 것처럼 저도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삶의 방향을 바꾸어 걷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그러나 동시에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은 그때 이후로 저를 지속적으로 제가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대로 생각하려고 하는 순간마다 저를 일깨워주는 죽비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존의 삶의 방식은 사라지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위한 매뉴얼까지 확보되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이러한 방법(How)들을 바탕으로 무엇(What)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망각하던 글로벌한 삶에 대한 동경은 이러한 토양에서 마침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저의 마음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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