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

판데믹 시대의 네트워킹에서 느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생각

by Felix Park

어쩌면 흔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만남의 모든 축이 옮겼다는 등의 글을 쓰는 것은. 그러나 만남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에 인구구조 변화와 그 파급효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결합하여 이에 대해 써보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판데믹 이전과 이후의 네트워킹의 차이는 좀 더 "목적 지향성" (Purpose Driven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전의 네트워킹 이벤트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행위는 일상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가운데 가끔씩 느껴지던 권태로움을 떨쳐내기 위한 놀이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네트워킹 또는 사교적인 모임의 만남은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사람들을 만난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경기장이 변화한 것이 이끈 것일까? 분명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쉽게 화상회의 앱 등을 통해 만나지만, 그러한 만남들은 좀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 (자기 계발, 스터디 등)에 근거하여 만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목표뿐만이 아닌 개인적인 동기들 (연애 등의 개인적인 인간관계의 구축)도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잠재된 욕망이 드러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좀 더 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처음부터 그러한 목적으로 모이는 경우도 잦아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틴더를 개발한 Match Group의 Hyper Connect 인수도 Tinder라는 서비스가 보여주었던 기존의 패턴; '이 근처에서 지금 당장 또는 오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만남으로 시작하는 인간관계'에서 '명확한 목적과 함께 만나기 시작하는 인간관계'로 그 방향성 또는 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에 굳이 오프라인일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도 바로 만남을 시작해도 괜찮다는 시대적 변화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지닌 하이퍼 커넥트가 대박을 터뜨린 것일지도 모른다.


1a67097d-36ec-4f70-b92a-88e79af5bccb.jpg 매치 그룹의 하이퍼 커넥트 인수는 시대변화를 반영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세대가 교체되면서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얼로 그리고 다시 Z세대까지) 각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세계관과 이를 반영한 인간관의 변화도 기저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규모로 발생한 전염병 사태는 기성세대도 강제로 새로운 형태의 세계관과 그에 기반한 인간관에 적용할 것을 강요했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베이비부머 (한국의 경우는 586세대 등으로 표현되는 기성세대) 세대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도하는 시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 선진국 중 세대교체가 정말로 벌어지는 나라는 아래의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미국뿐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들의 인구통계를 합산하여 살펴보면 세대교체라는 단어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eveloped_without_us_2030.jpg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인구분포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 사회의 의미는 사회의 주도권에 대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판데믹이라는 위기는 한편으로는 세대교체가 아니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회적 변화들을 강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판데믹이라는 사태를 겪지 않았다면, 조금 더 천천히 혹은 정체된 상태로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향력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가능성이 높았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예능 또는 드라마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배우와 연예인들의 세대교체는 멈춰있고, 이들은 점점 나이가 드는 중장년층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생산하고 있다. 새롭거나 도전적인 콘텐츠들은 이제 더 이상 한국 시장을 겨냥하지 않는다. 한국의 모든 도전적 콘텐츠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여 기획된다. (우리가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한류 콘텐츠들도 사실상 국내 시장의 투자 대비 수익률이 더 이상 과거만 못하기에 해외를 겨냥하면서 성공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목적이 명확한 만남 속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하고 목적 이외의 다른 활동도 함께 한다. 어쩌면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명확하다고 해서, 느슨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또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목표를 잊지 않고 추구하는 것은 그냥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태도일지도 모른다. 결국 무슨 일이 벌어지든 스스로가 확실하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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