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3

頓悟漸修 (돈오점수)

by Felix Park

頓悟漸修 (돈오점수): 선종에서 단번에 진심의 이치를 깨친 뒤에 번뇌와 오랜 습기를 제거해 가는 불교수행법.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돈오점수(頓悟漸修))


학창 시절 국사시간에 고려사 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단어이다. 그때는 그저 '이런 것이 있었구나.'로 파악하고 외우고 넘어가던 개념에 불과하던 것이 명상을 습관으로 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명상을 하는 순간의 방법론이자 하루하루 꾸준히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명상을 지도하는 사람들은, 명상 도중에 드는 이러저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순간에 이를 내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음을 깨닫고 다시 명상을 하는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완전하게 내면에 집중하는 순간을 가지고 이를 통해 생각을 정돈하는 것. 좀 더 상세하게 풀어쓴다면, 나에게 있어서 돈오점수라는 개념은 협의의 의미로는 매일매일 수행하는 명상의 순간에 주의가 산만해지는 순간을 깨닫고 (돈오) 다시 생각을 다잡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점수)


그리고 이를 진지하게 매일매일의 삶에 대입하면, 하루하루 보내는 것에 있어서 나 스스로가 집중하고 몰입하지 못함을 깨닫고 (돈오), 이를 다시 몰입하는 순간으로 돌려놓는 과정 (점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 당장 나만해도 웹툰, 유튜브 등에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에 무의식적으로 노출이 되면서 나의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더 슬픈 것은 내가 이러한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순간에 있어서 특별히 더 기쁘거나 긍정적인 순간을 경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 몰입을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의 몰입은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순간들의 몰입과는 그 궤가 다르다고 느낀다. (생산적인 활동과 소비적인 활동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photo-1510024161681-8a1f66ed1a25?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몰입을 하기 위한 노력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내가 지금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주의를 돌려서 몰입하는 일련의 과정은, 아주 길고 지난한 어쩌면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나의 주의를 돌리려는 다양한 요인들 (핸드폰 메시지, 누군가의 부름 등)이 들려온다. 어쩌면 최근에 유행하는 아니 몇 년을 주기로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 혹은 새벽형 인간 등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어쩌면 온전한 몰입을 통한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사람들의 주기적인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다.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을 깨닫고, 다시 다잡고 나아가는 것. 결국 이 한 줄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혹은 무언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을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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