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덕분일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들이마시는 공기가 청량하다. 언제나 그렇듯, 여름의 끈적함과 가을의 애매모호함을 지나고 나서 맞이하는 겨울의 공기는 차갑지만, 동시에 머리를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한 해가 벌써 다 지나갔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자연스럽게 올 한 해 내가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아직 한 해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하고 올 한 해를 돌아보면 크게 얻은 것은 없지만, 크게 실패한 것도 없는 무난한 한 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과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이는 실패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행착오'로 규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전에 작성했던 글처럼, 무작정 만사를 실패로 규정하고 명확한 성공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인생을 살면서 성공한 사람은 전체의 1%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좀 더 여유 있게 호흡을 가다듬고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자 노력한다.
유학을 다녀와 이미 학위를 지니고 있었지만, 시장의 수요에 발맞춘 공부를 추가적으로 시작한 감흥은 특별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더 나은 삶을 구축하기 위한 절실함이 느껴지게끔 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했던, 과거 유학시절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 평균 연령대가 올라간다.
물론 점점 더 젊은, 혹은 어린 나이에 진입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서 흥미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는 연차가 확실히 올라간다. 부장급 정도까지 함께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 하루하루 더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는 나이와 무관하다는 점을 느낀다. 어쩌면 더 이상 안정적인 삶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변화에 발을 맞춰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2)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모든 사적인 모임과 네트워킹 활동 등이 뚜렷한 목적의식에 기반하여 움직인다. 물론 각자가 다른 목적으로 친교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 기저에는 '성장'과 '이해관계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는 두 가지의 키워드가 흐르는 것 같다. 물론 각자의 사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용도의 만남 또한 시간이 흐르면 인간미가 덧붙여지면서 좀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3) 실전적이다
이건 공부하는 과목들에 대한 생각. 과거 정책, 안보 영역을 공부할 때도 상당히 실질적인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서 공부하고 논문을 쓰는 편이었지만, 이곳에서의 공부는 좀 더 적나라하게 왜 A라는 주제를 공부할 것인가? 라기보다는 일단 A를 배워서 실전에서 써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느낌이다. 물론 실제로도 도움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왜?"라는 것이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왜'라는 것은 상아탑에서 공부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왜'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비합리성과 감정적인 인간 군상이 태반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더군다나...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특히 누군가가 베푸는 호의와 친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아 씁쓸할 때도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올바르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물론 가급적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이제는 왜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퉁명스러워지는지가 조금씩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묻어 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다시 한걸음 한걸음 주는 삶을 향해 가고자 노력한다. 만날 때마다 영감을 주는 사람들 중 한 분께서도 그러한 마음이 들을 때마다 항상 꺼내 드는 아래와 같은 글귀를 주셨다.
밑천이 없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라. 그리고 네가 가진 역량이 미천하게 느껴져도 한 톨 아끼지 말고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주고 또 주어라. 그러면 인심을 얻고, 평판을 얻고, 네 편을 얻을 것이다.
중간에 호구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먼길 가는 도중에 만나는 물웅덩이나 돌부리 같은 것이니 개의치 마라. 그렇게 주는 관계로 만날 때, 영향력이라는 것도 생긴다.
자본주의는 돈과 영향력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 많은 사람은 더 벌기 위해 돈을 주고 영향력을 산다. 그러니 돈이 없다면 영향력을 키워서 가치를 만들어라.
본질, 이치와 같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직은 이를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못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이것이 와닿을 날이 올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만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