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글쓰기
겨울다운 겨울이 되었다. 강원도는 눈이 쏟아지고, 서울은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 크리스마스가 있던 지난주는 휴가를 내고 겨울잠을 자듯이 틈틈이 잠을 잤다. 비록 휴가 기간 동안에 목표를 했던 몇 가지가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기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
연하장의 시즌이 돌아왔다. 조금은 고루하다고 가끔은 생각하지만, 일 년간 감사했던 분들에게 (올해는 특히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아름다운 글씨체가 아니어도 손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는 감사 인사를 담아서 연하장을 보냈다. 연하장은 받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연하장 쓰기는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가장 큰 행위다. 곁에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한때는 곁에 있는 것이 감사했지만, 어느 순간 멀어져 버린 사람 등.
자연스럽게 카드를 고르고 누구에게 보낼지를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은 네트워킹의 본질, 스스로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혹은 그들에게 내가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었는지 등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끔 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하는 연락은 조금 느슨해진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조율할 기회를 나에게 부여해준다.
사실 연하장을 쓰기 시작한 것은 사회생활을 좀 더 지혜롭게 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달력을 구입하는 것은 다르다. 본래는 항상 즐겨 찾는 여행지인 도쿄 긴자지역의 이토야 서점을 방문하여 그다음 해의 달력을 직접 느끼고 고르면서 들고 오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달력을 구입하여 들고 돌아오는 일련의 행위.'
이는 나에게 다음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행위였다. 비록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하여, 작년은 이러한 의식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내년의 나를 위하여 다시 꾸미 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직접 발품을 팔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 또는 우키요에 등이 배경이 된 달력을 사지 않을까 생각하며 찾던 나의 눈에 띈 달력은 작가로 알고 있던 헤르만 헤세가 그린 수채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었다.
"나는 신념을 표현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보다가 한 가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헤르만 헤세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달력을 찾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비록 코로나와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으로 긴 시간을 방황하고 잃어버린 기분이지만, 그것이 더 나은 삶을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앎으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하고, 그것이 결국 나를 이끌게 되리라는 것.' 결국 그러한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 스스로를 구원해주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