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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Mar 16. 2022

생각의 조각들 18

틈틈이 글쓰기


1. 오랜만의 전시: 사진작가 Saul Leiter


오랜만에 홀로 전시를 다녀왔다. 작가는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의 회고전. 티켓 예매 사이트를 차분히 훑어보는 와중에 전시회 포스터만을 보고 결정해서 다녀온 전시였다. 방문해서 본 그의 사진들은 르누아르의 따스함이 사진으로 옮겨진 듯 한 느낌이었다.


사울 레이터가 가장 사랑한 피사체 중 하나라는 우산


명암의 대비, 흐릿한 화면 처리, 아름다운 색감 등 다양한 면이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서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흐르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찍는 피사체들을 단순히 피사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일평생 그가 벗어나지 않았다는 동네와 그 안의 구성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매그넘의 사진들이 주로 계몽적인 메시지를 환기하는 언론으로서의 기능이라면, 그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사진 그 자체가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사울 레이터의 작품들


특히, 모네 등의 인상파 화가들이 긴 시간을 들여 빛의 변화를 쫓으며 아름다움을 찾았다면, 사울 레이터는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사진을 통해 붙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2. 단순하고 소박한 삶


전시를 관람하는 가운데, 사울 레이터가 사진첩 곳곳에 그 순간순간에 혹은 일기처럼 내밀하게 숨겨놓은 쪽지들에 적힌 수많은 메시지들은 그의 사진들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업계의 Rocket Man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성공보다는 익명으로써의 삶을 지향한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게끔 하는 순간이었다.


When you consider many of the things that people treat very seriously, 
You realise that they don't deserve to be treated that seriously.
And many of the things that people worry about are not really worth worrying about.

사람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역시 대부분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 Saul Leiter -


그리고 이러한 그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오래전 읽었던 아래의 그리스인 조르바 속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이미 행복의 방향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허상을 좇느라 이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 -


좀 더 차분해지려고 해 보자. 결국 되어야 할 일은 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안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또 다른 좋은 일로 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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