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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Apr 03. 2022

생각의 조각들 19

틈틈이 글쓰기

1. 산행


지인의 제안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본래 등산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지인과 함께 산을 오르면서 나누게 될 대화에 더욱 흥미가 동해 산행을 결심했다. 본래 예정은 나름 가장 대중적인 루트라는 도선사 코스를 통해 북한산을 오르는 여정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샛길로 출발한 우리는 좀 더 거칠지만 수직으로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길을 통해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에 등장한 잠시 평탄한 길


2. 각자의 길은 모두 다르다


함께 동반한 지인은 커리어 코칭을 통해 많은 이들을 돕고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실천하시는 멋진 삶을 사시는 분이었다. 그렇기에 산행 그 자체보다, 여정에서의 그와의 대화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우연찮게 선택한 코스 -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른 대중적인 코스가 아닌, 주변의 주민들만이 이용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은 없고 험한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 -를 오르면서 함께 공감하게 된 사항은 각자의 길은 모두 다르고 그 길이 곧 삶에 대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선택은 어떤 면에서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에 대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수가 선택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을 통해 오르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보람 있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그런 흔한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 않은가?



3. 당신이 보는 풍경은 당신이 선택한 장소의 결과물이다


각자의 길이 다르고 그에 따라 걸어가는 길이 달라지니, 당연히 보게 되는 풍경도 달라진다. 우리를 제외한 일행은 보이지 않는 고요한 산길.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보는 풍경 또한 대중적인 길을 선택한 것과는 달라진다. 북적대는 혹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길에서는 봄을 알리는 진달래가 조용히 피어있고, 새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는 따름이었다. 혹자는 그 길에서 고독감을 느끼겠지만, 그 고독이 나에게 그 대가로 준 것은 온전히 주변에 존재하는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아름다움의 한 조각들이었다.


봄을 알리는 진달래

 

주변에 피어난 산수유와 진달래 등, 봄을 알리는 꽃들을 먼저 살피고 중간중간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 오르다 보니, 시간에 맞춰서 올리는 예불소리가 퍼져오는 것이 들렸다. 골치 아프고, 답답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잠시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을 만끽하다 보니 여정은 이미 마무리되어있었다. 


그래 결국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풍경들은 내가 이제까지 해온 선택의 결과물들이고 앞으로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또한 내가 지금부터 선택한 여정의 결과물 들일 것이다. 당장의 풍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의에 빠져있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지금 내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로부터 기쁨을 느끼기 위한 연습을 좀 더 해보자. 혹시 아는가 느닷없이 풍경이 바뀌며 아름다운 절경으로 변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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