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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Feb 05. 2024

생각의 조각들 40

틈틈이 글쓰기

https://www.youtube.com/watch?v=B383xnK8Xpc



1. 도쿄에서 보내는 휴가 


가까운 도쿄로의 휴가. 당신이 가장 자주 휴가를 보내는 도시이고, 영감을 얻기 위해 방문하는 곳. 당신과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이제는 휴가가 아닌 어느 정도 준비해서 살아보고 싶은 도시.


휴가를 간 당신은 방문할 때마다 머무는 호텔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가면 만나는 현지에 자리 잡은 지 십 년이 되어가는 친구와 식사 약속을 잡고, 현지에서 가장 핫한 전시와 가장 좋아하는 근대 서양 미술관 (좋아하는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그곳)의 일정과 영업시간 등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조금씩 그러나 생각만큼 늘지 않는 일본어가 답답하지만, "안되면 영어로 우기면 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깔끔한 옷차림으로 출발한다. 이제 당신에게 도쿄는 낯선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약간의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워크에 대하여 공부하러 가는 곳에 가깝다.


2Local and Traditional


도시에 도착한 당신은 차근차근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살펴본다. 과거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수도를 국가 전체의 브랜딩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니 어쩌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효과적으로 그 강도를 올리는 느낌이다.


특히, 자신들의 전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이를 지역단위의 활발함과 결합 후, 리노베이션 하는 역량에 당신은 늘 감탄한다. 


한동안 잊혔던 품이 많이 들어 버려진 전통적인 인디고 색깔의 염색법을 다시 부활시킨 후 프리미엄으로 만드는 것, 품질은 훌륭하나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창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지역단위의 브랜드들이 단순히 내수를 넘어 해외에서 들어온 관광객들에게도 소구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날씨가 좋은 주말 오전의 우에노 공원을 주류회사의 전폭적인 스폰서 지원 아래 조금은 부족할 수 있는 자신들의 점포를 준비하고자 하는 젊은 상인들이 활동하는 영역으로 만들어 나들이 나온 주민과 관광객이 뒤섞이도록 만드는 것 등, 단순 수치로는 한국과 일본이 동일할지 몰라도, 고도화된 측면에 있어서 한국이 여전히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까 당신은 고민한다, (그 와중에 한국의 식품과 문화를 철저히 벤치마킹하여 현지화시키는 모습에 한 번 더 감탄한다)


건물부터 내용물까지 모두 자신들이 가진 전통을 레노베이션하고 강조하는 Kitte


그리고 메이지 유신 이래로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어 낸 과거의 기억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겨 상설 전시하는 모습에서 도쿄가 나아가 일본이 자신들의 과거에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흔적을 당신은 찾아서 읽어 보고자 노력한다.


3. Detail and Diversity


단순한 파인다이닝 (흔히 초밥 오마카세로 대표되는)이 아닌,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는 가게를 찾는 것. 그것이 당신이 도쿄에서 기대하는 근사한 한 끼의 기준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소들 (먹는 곳뿐만이  아닌)은 늘 그렇듯이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운 좋게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들어간 당신에게 가게의 사장은 친절하게 말한다. 


"이곳은 메뉴를 따로 두지 않고, 그때그때 좋은 식재료에 기반해서 저희가 드리고 싶은 걸 드립니다."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듣고, 각 단계에 어울리는 와인도 함께 페어링 해서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차분하게 모든 식사와 와인을 즐기고 그리고 함께 식사한 친구와 다시 와야 할 것을 기약하며 나온다. 


단순히 비싸고 그럴듯하다고 파인다이닝이 될 수는 없다.


지인과 헤어져 밤거리를 걸으면서, 당신은 왜 그곳이 만족스러웠는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한다. 단순히 맛이 있으니까?  - 그러기에는 맛은 너무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 물론 고급스럽지만 화려한 곳은 어디에나 있다. 좀 더 고민한 당신은 그곳의 매력을 단순히 맛이나 분위기를 넘어서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어찌 됐든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기에 매력적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밤거리를 걸으며 생각한다. 해가 짧은 도쿄의 밤은 움직임은 많아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있다.


자신만의 개성은 그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당신은 그에 대한 해답을 자신들만의 미묘한 디테일을 성공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주저하며 내려본다. 그럼 디테일은 어떻게 발굴하고 체화할 수 있을까? -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 보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숙제라고 당신은 생각한다.


4. Aging Society


고령화된 사회의 단면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공항으로 가는 길, 당신은 옆자리에 앉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과 함께 앉아서 간다. (거의 80에 가까워 보인다) 공항으로 가는 그는 소탈하게 차려입었지만, 가방에서 관광 가이드북을 꺼내 자신이 가는 곳 (온천과 먹을 것으로 유명한 어딘가로 가는 듯하다)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듯하다. 당신은 이를 보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인과 사별 후, 자녀들은 장성하여 귀찮게 굴기 싫다 등) 어쩌면 평생 혼자 살아온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그리고 곰곰이 만약 당신이 평생 독신으로 산다면 (확률이 결코 낮지는 않다) 당신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를 상상해 본다. 당신은 이제 60대이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는 달성했다. 그러나 딱히 결혼을 해서 가정이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신의 친구들도 현재의 추세라면 다 같이 싱글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최소 단위가 '가족'이 아닌 '느슨한 형태의 친구' 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에 대하여 당신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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