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글쓰기
불안감과 위기감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역경'이라 불리는 주역에 대하여 차분히 공부하기 시작한다. 따로 점을 보는 것을 일종의 경우의 수를 따지는 데이터 쌓기 정도로 여기는 당신에게 있어서, 인간사의 모든 경우의 수는 64가지 안에서 일어난다라는 담론과 함께, 몇 천년을 읽히는 고전의 존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모든 것을 맡길 필요는 없지만 참조할 수 있는 하나의 상황들의 모음집이라 생각하고 그 지혜를 배우는 중이다.
차분히 읽으면서, 공자라는 성인이 책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읽었다고 전해지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신의 얕고 어리석은 수준에서는 막연한 느낌만이 올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전으로 분류되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당신에게 현재의 위기와 불안 등에 대하여 옛사람들도 근본적으로는 똑같이 고민하고 어려워했음을 알려주기에, 한 줄기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위기와 함께 찾아오는 법일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평온한 생활에 절여져 안주하던 당신에게 이제 그만 다음 무대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알려주는 나팔 소리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그런 생각과 함께 현재 밀려 들어오는 불안감을 차분히 글을 쓰며 해소하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는 다양한 감정이 일어난다. 성인이 되어도 항상 당신과 많은 사항을 의논하고 방향을 논의해 주실 수 있는 현명한 부모님이 걱정하는 모습과 이에 대한 죄책감. 모든 것은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불안의 한 조각. 중년이 다가오지만, 아직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이루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맨슨은 '인생의 부정적인 감정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삶의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당신이 지금 느끼는 불안감과 좌절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막연한 좌절감이야말로 2막을 마치고 3막으로 넘어가기 위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