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까지는 모르겠고,
우리 회사에서 그렇게 일 잘하는 주니어/시니어 여성들은
왜 임원급에 가면 다 사라지는가에 대한 작은 생각
인생은 깁니다.
회사 생활도 길고.
이런 긴 회사 생활에서 여자들은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산과 육아.
육아는, 애가 어렸을 때 애 보는 것이 다라며 그때만 버티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승진 누락되는 것도, 좋은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이 악물고 견뎌냈습니다.
곧 좋은 날(?)이 오겠지..
근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애가 어리면 어린 대로 육체적 육아가 필요하고,
애가 크기 시작하면 정신적 육아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항상 필요한 존재니까.
아이가 엄마를 엄청 필요로 할 때가 있습니다.
꼭 크고 중요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거의 방치했던 저로서는
이제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 그 순간에는 옆에 있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과 육아를 해야 하다 보니
당연히 둘 다 잘할 수 없게 됩니다.
몸은 노화되어 가고 건강도 챙겨야 하고 이것저것 해야 하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도 이끌어야 하고 모범도 보이면서 일도 더 해야 하고.
결국, 점점 양쪽의 로드가 늘어납니다.
이때 보통 여자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커리어냐 애냐.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녀차별을 하자는 건 아닌데,
통계를 내보지 않더라도
남자들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물론 요즘 남성인력들도 가정을 챙기는 인력들이 많아지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종종 발견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도 여성인력을 올라갈수록 꺼리게 됩니다.
소위 "애엄마"라는 사람들을요.
애엄마가 되었다고 일할 의욕이 없는 게 아니고
나도 일 잘했고, 잘해왔다고 자부하고, 잘할 자신이 있는데,
근데 그게 하필 "지금"이 안 되는 겁니다.
제가 커리어적으로 막 달려야 할 때
아이의 사춘기가 옵니다.
그러면 또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한 건, 그리고 슬픈 건,
한 번 선택을 하면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다는 겁니다.
내가 듣기로는 외국계회사는 retention track과 promotion track이 나뉘어 있어서
본인이 원할 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제도야 말로 정말이지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retention때는 강도가 약한 업무를(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promotion track일 때는 치열하게 일하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고,
이런 제도만 제대로 되어있어도
일 잘하던 그녀들이 사라지지 않고
불씨를 가지고 있다가 다시 불태우며 전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지금 담당한 업무에 대해서 해외에도 나가서 가열차게 일하고 싶은데
그 누구보다 우리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시기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슬픈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이젠 사람들이 너는 커리어를 포기한 애엄마가 되었구나.라고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
억울하고 서럽고 속상합니다.
또다시 감내해야 할 인생의 무게이겠지요.
아무튼, 좀 더 제도도 발달하고 좋은 인력들이 포기하지 않아서
멋지게 성공하는 여성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