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가 시장을 장기간에 걸쳐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 퀀트로 가치투자하라, p.186 -
2021 벨류 올림픽을 개최합니다!
도쿄 올림픽 열기가 뜨겁습니다. 양궁의 안산 선수는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습니다. 도마의 신재환 선수도 금메달을 땄죠. 김연경 선수가 이끄는 배구 대표팀은 터키를 꺾고 지금 브라질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올림픽에서는 참가자들의 순위를 매깁니다. 누가 잘하는지 바로 알 수 있죠. 메달리스트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누구나 이전 올림픽 대회의 메달리스트 한 명쯤은 쉽게 떠올립니다.
투자에도 올림픽을 열어보면 어떨까요? 벨류에이션 지표로 말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2021 벨류 올림픽'!!
우선 벨류에이션(Valuation)이 뭘까요?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나옵니다.
1. (가치) 평가
2. (유용성, 중요성에 대한) 판단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벨류에이션이라 부릅니다. 오래전부터 투자자들은 회계 지표를 이용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고자 했죠. PER, PBR 등이 대표적인 벨류 지표들입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사실은 말이죠.
싼 주식을 찾는 방법을 말하는 겁니다.
이전 글에서 '싼 주식'이란 두 가지 경우를 포함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 쓰레기라서 싸다.
2. 좋은데 싸다.
솔직히 처음 투자 공부를 할 때에는 공식이 외워지지도 않고 이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뭐 PER이 낮으면 좋다더라 이런 수준이었죠. 그리고 어떤 지표가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볼 겁니다.
좋은데 싼 주식을 알려줄 가격지표 1위를 뽑아봅시다.
선수 소개
먼저 참가자를 소개합니다. 참가 선수는 8명입니다.
EV/EBITDA
PBR
PFCR
PCR
PER
PSR
POR
PEG
'퀀트킹'이라는 프로그램에 있는 지표들로 선수를 구성했습니다. 각 지표의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프로그램에 입력된 공식을 따릅니다. 더 세부적인 공식은 검색이나 책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림 1) 공식 모음 벨류 지표들은 모두 분자에 주가, 분모에 회계 지표가 들어갑니다. 분모가 크고 분자가 작으면 결과값은 작겠죠. PER이 낮으면 좋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순이익 대비 주가가 낮으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이런 지표를 이용해 여러 기업의 주식을 비교하는 것이 상대가치평가법입니다.
게임 규칙
선수를 정했으니 게임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하나의 지표별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4년간 백테스트(투자 시뮬레이션)를 합니다.
벨류 지표가 가장 낮은 20개 종목을 매년 6월 말에 매수합니다. 그리고 1년 보유합니다.
1년이 지나면 다시 20개 종목을 매수합니다.
종목 중에 해외 본사를 둔 기업, 지주사, 스펙 기업은 제외합니다.
시가총액 기준은 없습니다. 따라서 소형주도 포함된 결과입니다.
경연의 세부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4년 간의 연복리수익률(CAGR%) - 높을수록 좋음
14년 간의 수익률 표준편차(%) - 낮을수록 좋음
샤프지수 - 높을수록 좋음
2021년을 제외한 13년 간의 연복리수익률(CAGR%) - 높을수록 좋음
MDD(최대 낙폭) - 낮을수록 좋음
14년 투자 누적수익률(%) - 높을수록 좋음
수익 월 비율(승률) - 높을수록 좋음
1등은 붉은색, 2등은 노란색으로 표시합니다. 각 부문별로 1, 2등을 많이 차지한 지표가 승자가 됩니다.
2021 벨류 올림픽의 우승자는??
그럼 바로 결과를 공개합니다!! 두둥!
그림 2) 지표별 순위 결과 금메달은 5개 부문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EV/EBITDA입니다!!
그럼 이제 각 항목별로 설명하겠습니다.
■ 14년 간의 연복리수익률(CAGR%)
아래 그림은 지표별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연도별 수익률을 기하 평균한 것이 연복리 수익률(CAGR)입니다. 수익률이므로 높을수록 좋은 겁니다.
1등은 18.2%의 POR이고, 2등은 16.7%의 EV/EBITDA가 차지했습니다.
사실 복리수익률 18%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옵니다. 그냥 단순히 18% 벌었다고만 생각하기 쉽거든요.
복리 수익이므로 첫 해에는 원금에 18%가 붙고 그다음 해에는 (원금+18%)에 또 18%가 붙는다는 뜻입니다.
유명한 72법칙을 계산할 때도 복리수익률을 이용합니다. 내 원금이 수익률에 따라 몇 년 안에 두배가 되는지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연복리수익률 16%를 기록했다고 한다면, 원금의 2배가 되는데 4.5년이 걸리고요. 4배가 되는 데에는 9년이 걸립니다. 1억을 연복리 16% 수익률로 투자했다면 4.5년 후에는 2억이 되어있다는 말이죠. 9년 뒤에는 4억, 22년 후에는 32억입니다. 와우!!
■ 14년 수익률 표준편차(%)
위의 파란색 실선 그래프를 보시면 수익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변동폭이 크죠. 이 변동폭을 측정하는 것이 표준편차입니다. 변동폭이 낮을수록 대체로 수익률이 일정하다는 뜻입니다.
1위는 24.6%를 기록한 EV/EBITDA, 2위는 31%를 기록한 PEG가 차지했습니다.
■ 샤프지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라는 교수가 있는데요. 이 사람이 1966년에 만든 지수가 샤프지수입니다. 이 지수는 뮤추얼펀드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측정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뭔 소리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그냥 변동성 한 단위당 수익을 측정한 값이라는 것이고, 높을수록 좋다는 겁니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대수익률은 14년 CAGR입니다. 무위험자산수익률을 코스피 지수의 CAGR로 계산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코스피의 CAGR은 4.6%였습니다.
1위는 0.49를 기록한 EV/EBITDA, 2위는 0.28로 PEG가 차지했습니다.
■ 2021년 제외 CAGR(%)
혹시 지표별 수익률 그래프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셨나요?
그렇습니다. 잘 보셨군요. 올해 수익률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어떤 지표는 수익률이 200%가 넘습니다.
이런 경우 값이 너무 크기 때문에 평균을 심하게 왜곡하게 됩니다. 그래서 2021년만 제외하고 13년 동안의 CAGR을 계산해봤습니다.
1위는 13.1%인 EV/EBITDA, 2위는 10%인 POR입니다.
■ MDD(최대 낙폭)
MDD는 Maximum Drow Down의 약자입니다. 고점에서 최대 몇 퍼센트 정도 떨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죠. MDD는 낮은 게 좋습니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지표들 전부 MDD가 50% 이상입니다.
1위는 51.1%를 기록한 PFCR, 2위는 51.6%의 PEG입니다.
■ 14년 투자 누적수익률
누적 수익률은 14년 동안의 수익률을 모두 더한 값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위는 1037.1%인 POR, 2위는 869.1%인 EV/EBITDA입니다.
POR 지표로만 14년 투자했다면 원금의 1037%를 벌었다는 말이죠. 엄청나네요. 물론 21년도에 수익률이 몰빵 되어 있지만요.
■ 수익월 비율(승률)
모든 게임에는 승률이 있습니다. 고스톱을 100판 했는데 내가 51판을 이겼다면 승률이 51%죠. 투자도 마찬가지로 계산합니다. '수익 발생 개월 수 ÷ 총 거래 개월 수'를 계산하면 전략의 승률이 됩니다.
1위는 PFCR로 승률 58.3%, 2위는 POR로 승률 57.7%를 기록했습니다.
혹시 재미있는 점을 찾으셨는지요? CAGR 18%인 POR의 승률이 60%가 되지 않습니다. 지표들의 승률이 전부 60%가 안 된다는 점이 재미있죠.
그렇습니다. 투자는 51점만 맞아도 이기는 게임입니다.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EV/EBITDA 지표 하나만 가지고 투자하라는 글이 절대 아닙니다. 지표 중에 뭐가 가장 좋은지 확인해보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백테스트 기간이 14년 밖에 안 된다는 점도 유의하세요.
시상식을 끝으로 대회를 마치겠습니다.
금메달 : EV/EBITDA
은메달 : P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