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일해서 좋은 점은 아프면 언제든지 알아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 우선 마그네슘 알약을 아침, 저녁으로 한 알씩 먹어보았다. 그래도 전혀 좋아지는 느낌이 없길래 마그네슘 앰플도 추가로 복용해보았다. 기분 탓인지 떨리는 횟수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았지만 여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하루 두 잔 마시던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고, 유튜브를 검색해서 눈 떨림에 좋다는 지압법을 따라 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낫지를 않으니 혹시 다른데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덜컥 걱정이 되었다.
사실 약국에 눈 떨림 환자가 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요즘 일을 무리하거나 피곤하셨어요?"이다. 그리고 마그네슘제를 건네주면서 "약 잘 챙겨 드시고, 커피는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푹 쉬세요"라고 한 마디 덧붙인다.
나에게 물었다. 환자의 입장이 되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눈 떨림의 원인은 수면 부족이었다. 새벽 기상을 하면서 욕심내서 무리하게 잠을 줄인 결과 몸이 보내는 신호였던 것이다.
사실 '잠이 많은 인간'이었던 나에게 미라클 모닝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런데 작년 12월쯤 우연히 김유진 변호사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한다>를 읽고, 오롯이 내 뜻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인 새벽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꾸준히 새벽 기상을 실천 중이다.(물론 여전히 가끔 늦잠을 잘 때도 있기는 하다...!)
새벽 기상을 하는 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 할 일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욕심내서 '조금만 더 하고 자야지' 하다가 늦게 자고, 무리해서 새벽 기상을 하니 수면시간은 줄어들고, 피곤하니 커피를 더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새벽 기상의 핵심은 '몇 시에 자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욕심 때문에 무리해서 밤에는 늦게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줄어들자 내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야, 너 왜 이래? 난 더 자야 한다고!!!'
몸이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요즘은 적정 수면시간을 계산해 주는 사이트도 있다. 보통 한 번의 수면주기는 1시간 반 정도이고 네 사이클이나 다섯 사이클 정도가 적정 수면시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루 6시간에서 7시간 반은 자야 되는데, 나의 기상 알람은 5시 반이므로 7시간 반을 자려면 최소 10시에는 자야 된다는 결론이다. 잠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계산하자면 10시가 되기 전에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워야 한다. 그런데 계속 11시가 넘은 시간에 잤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고, 며칠 동안 일찍 잠자리에 들고 푹 잤더니 거짓말처럼 눈 떨림이 없어졌다. 충분히 잤더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개운하게 눈이 떠지는 마법 같은 일도 종종 경험하고 있다.
그 일 이후로 요즘은 되도록이면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늦게 잘 때는 기상 알람도 조금 늦게 다시 설정한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보다 나의 컨디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4시간만 자도 괜찮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루에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니까.
욕심이 많은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그래도 수면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고생한 내 몸과 머리가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못 잔 다음 날의 피로, 맑지 않은 머리, 만사 귀찮음은 아마 누구나 다 겪어본 일이라 알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몸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용하려면 적당한 휴식은 꼭 필요하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에 지치지 않고 멀리 가려면 충전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수면 부채는 수면 외의 어떤 것으로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된 것인데 뇌에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같은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일종의 자정작용 같은 것이다.
스스로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이라니, 뇌의 신비함은 놀랍다. 수면 부족은 글림프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치매를 비롯한 각종 신경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니 다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푹 주무시길..)
결국 건강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것보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치면 자꾸만 기본을 잊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누적된 문제가 질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면 심각성을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겉으로 나온 것만 보지만 사실 수면 속에는 더 큰 빙하가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질병이 생기기 전에 이미 우리 몸은 전조증상이라는 형태로 신호를 보낸다. 돌이켜보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나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초기에 알아채고 해결하려고 했다면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도 되었을 텐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가 병을 키워 더 많은 약을 먹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낫게 되는 것이다. 내 몸의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체크하면 질병으로 발전되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다.(물론 이것이 심해져서 건강염려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문제지만.. 적당한 관심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 말하는 예방 의학의 중요성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지켜야 된다는 것! 그리고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약부터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원인을 찾아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