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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May 02. 2022

오늘부터 마스크 안 쓰고 산책할 수 있어요!

실외 마스크 해제 기념 글쓰기

오늘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한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도 있고, 진작 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어도 계속 마스크를 쓰겠다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쓰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마스크의 장점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마스크가 그저 불편하고 갑갑하게만 느껴졌는데 의외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계절성 알레르기가 덜 생긴다. 약국에서 근무하며 체감한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생활화하자 확실히 감기약을 사가는 사람이 적어졌다. 봄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마스크를 쓴 이후로 놀랄 만큼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둘째, 외출 준비에 시간이 적게 걸린다. 여자들의 경우 마스크를 쓰면 어차피 눈 밖에 안보이니까 화장을 생략하게 된다. 공들여 화장해봐야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마스크에 묻어나니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 간단하게 선크림만 바르고 외출하게 되었다. 혹시 화장을 하더라도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과 눈썹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그리고 남자들 중에는 면도를 안 해도 되어서 좋다는 사람도 많았다.  


셋째, 표정 관리를 안 해도 된다. 좋고 싫음이 얼굴 표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할 때 표정 관리를 하는데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된다. 하지만 마스크을 쓰면 속으로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가 없으니 애써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크는 표정 관리의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 준 구세주라고 할만하다.


넷째, 용기가 생긴다. 마스크를 쓰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고 구분이 잘 안 된다. 그렇다 보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나의 경우 자다가 방금 막 일어났어도 마스크만 쓰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말이다. 겨울이 되면 거리를 가득 채우는 검은색 롱 패딩을 보면서 마치 일종의 보호색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검은색 무리 속에 섞이면 그저 검은 롱 패딩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마스크를 쓰면 수많은 마스크 부대 중 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마치 게임에서 용기 드링크를 마신 것처럼 용감해질 수 있다.


그 외에 '마기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마스크 덕분에 외모 자신감이 상승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제 와 얼굴을 드러내기가 부끄럽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이후 알게 된 인맥은 서로 마스크를 쓴 모습만 보았을 테니, 마스크를 벗는 것이 마치 속살을 보이는 것처럼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나는 마기꾼은 아니라서 큰 덕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만만치 않다.


가장 많이 겪는 것은 마스크로 인한 피부 알레르기, 나 역시 스크 때문에 입 주변에 알레르기가 생겨 가렵고 벌겋게 올라오는 바람에 한참을 고생한 적이 있다. 회복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이 최선인데, 근무하면서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다 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한 당연하게 누리던 바깥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도 없다. 산책을 하며 심호흡을 하는 것은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심호흡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가서야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 겨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슬픈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끔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고 야외활동을 하다 보면 숨이 차고 호흡곤란이 올 때도 있다. 건강한 나도 이런데 연세가 많거나 폐기능이 떨어지는 분들은 더 힘들 것이다.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습도도 높아지면 바깥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기가 고역일 텐데, 그전에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생각을 하나 보태자면 카페나 식당에서도 마스크를 해제했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다가 카페나 식당에 입장할 때는 잠깐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아서는 다시 벗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다시 모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올 때는 다시 마스크를 쓰는 것을 보면서도 뭔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밀집한 곳이나 실내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어도 마스크를 쓰고 싶은 사람은 계속 쓸 것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바깥공기를 맘껏 느끼며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야외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스크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겁다.


오늘은 실외 마스크 해제 기념으로 마스크 안 쓰고 산책을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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