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비혼 출산문화
‘결혼과 출산’, ‘비혼과 출산’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짝을 선택하라고 가정 할 경우, 아마도 100% 모두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한국에서 출산과 육아는 보통 결혼 뒤에 오는 일련의 절차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혼외 출산율도 낮을뿐더러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싸늘한 것이 사실이다. 늘어나는 비혼주의자와 ‘합계 출산율 1.05명’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는 프랑스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1.95명’이다. 한국과 약 1.8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처음부터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다. 합계 출산율이 1.7명 이하로 하락하자 프랑스는 1989년부터 국가 비상 상태를 선포하고, 출산 정책을 지속해서 지원했다. 그중 출산율을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비혼 출산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OECD가 발표한 비혼 출산율 표를 살펴보면, 한국이 1.9%로 가장 최하위에 위치했다. 이는 혼외 출산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크기 때문이라. 반면에 프랑스는 56.7%로, 평균 비혼 출산율 39.9%를 훌쩍 넘어 전체 출산율의 절반도 넘었다.
근대적인 권위주의를 탈피하고자 했던 68혁명으로 프랑스에서 결혼관에 대한 변화가 일었다. 결혼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성 부부뿐만 아니라 동성 부부, 동거가족,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1999년, PACS(시민연대협약)를 통해 ‘모든 형태의 동거 부부’가 결혼해서 갖는 법적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지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비혼 출산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게되었다. 2005년에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와 결혼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법적 차별을 폐지했다. 이처럼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늘고 있는 상황을 인식했고, 이를 법으로써 인정했다.
프랑스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신경 썼다. 부모들이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만들었는데, 그중 가족수당이 대표적인 예다. 가족수당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수당이며, 자녀의 나이와 부모의 수입 수준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보통 둘째를 낳은 가정은 월평균 131유로(약 16만 8000원), 셋째를 낳은 가정은 월평균 299유로(약 38만 3500원)의 현금 혜택을 받게 된다. 자녀가 학교에 입학한 후, 새 학기를 맞을 때마다 학습에 필요한 학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입학 수당도 지급된다. 이외에 국공립 유치원 무료, 대학 학비 무료, 세금 감면 혜택 등 육아를 위한 여러 혜택이 지원된다. 그리고 이 모든 혜택을 가족 형태의 관계없이 비혼 가정의 자녀가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출산 정책에서의 시사점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결혼이 가족을 구성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게 된 것이다. 프랑스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므로 인구절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결혼이라는 하나의 정답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닐까. 프랑스에서 비혼 가정이 결혼 가정과 차별받지 않는 것처럼 비혼 출산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결혼과 비혼,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기사>
1. 늘어나는 비혼출산에 200년 된 제도 바꾼 프랑스 - 베이비뉴스
2. 한국 ‘비혼출산율’ 1.9% 세계 최저… 저출산 극복한 프랑스는 56% - 국민일보
3. "프랑스 여성들 83%가 일한다… 출산해도 실직 걱정 안해" - 조선일보
4. ‘자발적 미혼모’ 비혼출산 원하는 여성 늘어난다 - 아시아투데이
5.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 프랑스는 논쟁중" 2018년 프랑스 가족수당에 대한 논의 - 서울시복지재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