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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9. 2018

신혼부부가 침대 속에서 보는 영화 이야기 <해피이벤트>

현실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도 결국 영화 같은 우리의 일상이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2jc63jBzCoI

우리에게 ‘영화 같은 이야기'란 단어는 영화를 저 먼 곳에 있는 이야기처럼 지칭한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공감’은 단순히 저 멀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 우리의 일상에도 분명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단지 영화는 편집을 통해 그 이야기들만 모아논 것뿐이고, 우리는 흘러가는 일상과 함께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영화를 통해서 돌아볼 뿐이다. 그것이 비극이 되든 희극이 되는 말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고 작품들을 빌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일들은 분명 서로의 이야기를 대화에 담아내기에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함께 영화를 보자. 당신 부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가 말해줄 수도, 아니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으니까.


첫 영화로 결혼 영화를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뻔하디 뻔한 클리셰이니까. 상상해봐라. 웨딩 매거진에 올라간 영화 글에 행복한 결혼 이야기의 영화. 아 싫다. 하지만 베베 꼬인 이 에디터에게 아주 재미있는 결혼 영화가 생각났다. 프랑스 특유의 삐딱함과 꾸미지 않았지만 명백하게 보여주는 결혼 영화. 이 영화라면 감히 첫 영화로 추천할 수 있다. 2013년에 개봉한 <해피 이벤트>이다.


1장. 나, ‘바바라’는 ‘니콜라스’를 사랑했다. 웃는 것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렸고, 눈빛만 봐도 자유로웠고,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아름다운 환상 그리고 엄마가 되는 이야기, 결혼. 이 영화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아름다운 환상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되는 이야기가 더 어울릴 것이다. 영화라는 문법에서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아름답게 담기는 장면들과 서로에게 눈을 뗄 수 없는 가슴 벅찬 순간. 낮에는 햇빛이 당신들에게 아름다운 조명이 되었고, 밤에는 어두운 실루엣이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그들은 결혼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 속 이야기에 아주 어울리는 장면들이다. 이 달콤한 로맨스는 우리가 결혼을 향하는데 충분히 설득력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아름다운 장면만 담지는 않는다.


결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삭히는 말을 이 영화는 하고 있다.


2장.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우리 아이를 갖고 싶어.”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날 이후, 난 여자에서 엄마가 되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우리는 너무 성스럽게만 보고 있지 않은지. 뻔한 엄마 되기 프로젝트였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결혼 로맨스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명백히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임산부의 성욕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특히 필자 같은 남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없으며, 호르몬 변화로 인한 감정 기복이 단순히 ‘예민해진 여자 친구’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모성애”란 단어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 이 성스러운 이름 뒤에 우리의 엄마가 나의 아내가 어떻게 아이를 낳는지, 그리고 그 과정들이 어땠는지 우리는 관심이 있었을까? 바바라는 소리친다. “망할! 난 자궁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이 보다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대사가 있을까


3장. 그럼에도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인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녀의 독백과 생각들은 이 영화를 누구보다 솔직하게 만들어준다. 영화가 1인칭 화자를 가졌을 때 관객은 조금 더 제3의 인물이 된다. 언뜻 보기에는 화자의 시점과 감정을 공유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오히려 조금 더 멀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우리는 바바라에게 다가가는 이 영화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의 슬픔이 나의 슬픔으로, 또는 내 아내와 내 엄마의 슬픔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지점에서, 관객은 1인칭 영화의 주인공인 ‘나'가 아닌 자신과 내 주변 사람을 이해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나의 사람들과 그렇듯 위로하고 위로받는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는 그 공감에서 시작한다. 

엄마도 가끔 엄마가 필요하다는 말, 이렇게 표현한 이야기가 있었을까? 


당신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한,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준다.


한국 배급사는 “사랑이 낳은 눈부신 기적”이라는 카피를 붙였지만 이건 참 한국 배급사들의 가족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닳고 닳아 진부한 카피일 뿐이다. 이 영화는 가족이 둘러앉아 기분 좋게 볼 영화가 아니다(물론 이 영화는 19금 영화라 가족은 못 본다). 바바라의 시선을 따라,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생각을, 결혼을 한 사람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행복한 이벤트인 그들의 아이가 태어난 날, 그날처럼 내리는 눈을 창밖에 두고 한 번 더 말한다. 우리의 일상은 영화처럼 극적이고 아름답다. 프랑스의 발칙하고 현실주의적인 영화적 문법이 오히려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로맨틱도 아니고, 다큐도 아니며 소녀 성장물에 가깝다. 누구나 품고 있는 설렘이자, 언젠가 마주칠 두려움이고, 결국은 해야 하는 넘어짐이다. 어떤 사람은 털고 일어날 만큼만 까질 것이고, 또 누군가는 ‘바바라'처럼 울고불고하겠지만 결국 성장해낼 것이다. 아니 우리는 그럴 수 있다. 꼭 멋지게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 실패하고 헤어지고 아프더라도 당신은 성장했으니. 


누군가가 ‘현실’이라고 비관적으로 부르는 이야기도, 그리고 ‘영화 같은 일’이라고 부르는 희박하고 찬란한 이야기도 우리의 ‘일상’이다. 그리고 ‘일상’이란 단어를 ‘결혼’으로 바꾼다면 더 근사한 문장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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