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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5. 2018

결혼식, 왜 하시려고요?

도대체 누굴 위한 결혼인지 의문이 들 때

지난 주말, 여느 때 다름없는 아침, 잠에서 깨어 스마트폰을 확인했더니, LINE에 메시지가 하나와 있었다. 시어머님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아들, 아가야. 결혼식 1주년, 축하한다. 결혼식 당일 받았던 스토리북을 읽어보면서, 1년 전 이날을 되짚어 보고 있다. 정말 꿈과 같은 하루였단다.’ 아, 벌써 1주년이구나. 갑자기 그날의 감동이 전신을 감싸 안았다.  


20대 중반부터, 수십 차례 결혼식에 참가해왔다. 처음 몇 번은 결혼식 초대장을 받을 때마다 내가 신부가 된 마냥 들뜨고 즐거웠다. 이날만큼은, 예쁜 하객 드레스를 새로 장만하거나, 아침 일찍부터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평소에는 잘 신지 않는 높은 핀힐을 신었다. 그랬던 게, 수차례의 결혼식을 경험하다 보면, 조금 상황이 변하게 된다. 친한 친구, 지인의 결혼식은 물론 기쁘고 축하의 마음으로 가득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는 건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쁜 친구의 모습과, 서둘러 함께 찍은 몇 장의 사진, 그리고 맛있었던 풀코스 프렌치 요리뿐이었다. 내 스마트폰 안에는, 의상만 조금씩 다른 여러 커플이 웨딩 케이크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가득했다. 내 친구의 남편 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 둘은 결혼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나는 지금까지 결혼식에서 이러한 정신적인 가치는 얻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결혼식,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내용물은 같은데 겉 포장에 쓰여있는 상품명만 바뀐듯한 그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것 같은 결혼식. 우리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기적과 같이 둘이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왜 결혼식은 이렇게도 개성이 없을까. 지금 시대는 의무가 아닌 선택의 시대.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옷도, 집도, 먹을 것들도 내 입맛에 맞게 고르거나, 아예 오더메이드로 만들 수도 있다. 내게 딱 맞는 그런 것, 우리 세대는 그런 게 오히려 당연해졌다. 결혼식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바람, 내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결혼식은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예비 신부 신랑도 많아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결혼식이야?

우리 또한 그랬다. 누구나 다 한다는 결혼식, 그래서 해야겠다는 결혼식은 싫었다. 이게 바로 우리 결혼식 준비의 시작.‘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따를게.' 결혼이 결정된 후, 남편은 결혼식에 의욕적이지 않았다. 둘이 가족이 되어 첫 번째로 올리는 공동작업이 이렇게 허무해서야 될까. 프러포즈는 그렇게 성대하게 준비했던 남편이었는데, 결혼식은 여자를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결혼식을 진행해서는 안 되겠어.’ 결혼식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남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 혼자 하고 싶어서 하는 결혼식, 혹은 부모님이 원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지 하는 그런 결혼식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에도 목적이 필요한 시대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결혼식을 할까 라는 내용물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결혼식의 내용물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리가 왜 결혼식을 하는 걸까? 에 대해서 먼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 고민하던 어느 신혼집의 일요일 아침, 어느덧 다름없는 브런치를 먹다가 입을 열었다.  

"남편아, 우리 왜 결혼식 해?"
"난 남편도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그런 결혼식이 하고 싶어."
"우리, 왜 결혼식을 할지 생각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결혼식은 어디서 하지? 하객은 몇 명 부르지? 예산을 얼마나 잡을까? 신혼여행은 어디 가지? 우리는 그런 HOW가 앞서는 결혼식 준비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그 대신, 우리가 지금까지 참석했던 결혼식을 떠올리며,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나열해 보거나, 서로의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상적인 테마가 아니었기에, 괜히 쑥스럽고, 우리는 서로의 속내를 금세 오픈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이런 대화의 과정을 거쳤다. 때로는 술의 힘을 빌리거나, 또 때로는 이미 결혼식을 치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1년 후, 인생을 바꿀 만큼의 의미 있는 최고의 결혼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결혼식 준비는, '목적'을 생각할 틈도 없이, 물 흘러가듯이 진행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예산 초과, 화려하지만 어딘가가 부족하다는 찜찜함이 남는 결혼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결혼식을 둘이 만족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의문이 떠오른다면, 이미 결혼식을 치룬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다.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에, 꼭 한번, ‘우리가 왜 결혼식을 하는 걸까'하고 목적에 대해서 꼭 부부간의 대화를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혼자 준비하지 말아요. 같이해요!

행복한 결혼을 위한 한 걸음, 웨딩해



브런치 인기작가 도쿄효니 X 웨딩해가 함께 만드는  '그녀의 결혼 이야기 in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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