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 투어만 5번 해서 찾아낸 나의 웨딩드레스
이번 달 3명의 절친 결혼식에 참석했다. 피부가 눈송이처럼 하얗거나, 혹은 건강하게 까무잡잡한 나의 아리따운 신부이자 친구들은 신부 대기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이후 자리에 앉아 친구들이 아버지와 함께 버진로드를 걷는 뒷모습을 지켜본다. 트레일이 반짝이는 레이스 웨딩드레스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165cm가 넘어 시원시원한 체형인 친구들은 아마도 어떤 드레스를 입든 예뻤을 거다. 자고로 드레스는 키가 크고 마를수록 잘 어울린다고 하지 않나. 이 때문에 모든 신부들은 드레스 샵 투어를 하기 전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고 아침, 저녁은 방울토마토와 요거트로 대신하는 삶. 이건 자신이 통통하다고 느끼지 않는 신부라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아랫배'를 결혼식 당일에 들키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친구들이 입은 드레스를 보며 필자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떠올렸다. 자랑을 하자면 필자의 결혼식 날 입은 드레스 때문에 최근 결혼한 지인 모두 그 샵을 투어 목록에 넣었다. 지금도 주변인들로부터 결혼식날 드레스 정말 예뻤다는 말을 듣는다. 과연 어떤 드레스였길래?
3군데 도는 샵 투어, 욕심이 생겨 2곳을 추가했다
웨딩드레스를 고르기 전엔 플래너와 상의를 한 뒤 샵을 결정한다. 본인이 원하는 느낌을 지닌 샵&플래너가 보고 어울리는 샵을 조합해 선정해 3곳을 정하는 것이다. 이때 필자는 실크를 입고 싶다고 말씀드리게 된다. 필자는 겨울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실크' 소재에 로망이 있었다. 그리고 추울 테니 긴팔을 입고 싶었다. 또 일부 연예인들의 웨딩드레스 사진을 봤을 때 특히 실크 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하얗고 깨끗한 실크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다. 이에 결혼식을 같이 준비하는 웨딩플래너님과 샵 투어를 위한 일정을 조율하기 전 희망 사항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플래너님과 몇 군데가 선정됐다.
1) 소재 좋고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국내 브랜드
2) 최근 생긴 곳, 레이스 패턴이 예쁘고 수입 드레스 취급
3) 실크로 유명한 곳, 단아함과 러블리한 디자인이 특징인 국내 브랜드
사실 샵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실크로 유명한 곳, 깨끗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보유한 곳, 패턴이 화려한 곳, 레이스를 잘하는 곳 등 매력이 다르다. 이 때문에 참고해서 투어를 결정해야 한다. 샵이 결정된 뒤 필자도 다른 예비신부처럼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플래너님이 골라주신 샵은 마음에 들었다. 다만 sns상에서 정보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결국 플래너님께 내가 찾은 2곳을 더 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게 된다.
수입 드레스 vs 국산 드레스, 눈은 높아져도 현실을 깨닫게 되더라
플래너님께선 일정상 하루에 다 돌 수 없어, 총 3번으로 나누어 다녀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샵 두 개씩을 다녀보며 총 20벌이 넘는 드레스를 입어보게 된다.
참고로 필자가 추가한 곳은 모두 수입 드레스샵이었다. 림아크라, 스티븐 유릭, 오스카드라렌타, 제니팩햄 등 ‘연예인'들이 선택한 유명 브랜드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필자는 결혼식 당일에 1부 드레스, 2부 이브닝드레스가 필요했기 때문에 2부 드레스도 까다롭게 고르고 싶었다. 두 곳 모두 드레스를 입기 전 제공되는 언더웨어도 다르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뒤 액세서리 착용, 메이크업이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게 진행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드레스를 입고 그 자리에 서서 보는 게 아닌, 공간을 걸어보며 입은 앞모습과 뒷모습을 모두 체크해볼 수 있었다. 다만 수입 드레스는 웨딩플래너와 계약한 일명 ‘스드메’ 패키지와 좀 다르게 결제해야 한다. 선택한 드레스를 각각 결제해야 해서 예상했던 금액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꼴이다. 물론 그때는 전혀 그런 걸 고민하지 않는다. 눈이 하늘만큼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 이런 드레스를 입어 보겠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직원들도 권유한다. ‘신부님~ 결혼식장이 크고 어두운데 이 정도는 입어주셔야 한다’고 말이다. 정말 마음이 흔들린다. 국내 샵에서 보기 힘든 오간자 실크부터 빛에 반사되는 비즈, 시퀸 모두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그럼에도 주저한 건 바로 그 ‘화려함' 때문이었다. 수입 드레스는 정말 화려하다. 혹은 깨끗한 실크라도 베어백 스타일이라 디자인이 화려하다. 등이 너무 과하게 파져 있거나 너무 패턴이 화려해서 상대적으로 얌전한 이목구비인 필자에게 어울리는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노출이 심한 건 어른들도 안 좋아하셔서 결국 선택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같은 샵을 2번이나 방문했다.)
플래너님이 추천해준 드레스샵은 대부분 국내산 드레스다. 대부분 신부들에게 인기가 많거나, 자체 제작하는 곳이어서 자부심이 엄청난 곳들이었다. 대부분 친절하셨고, 각 드레스 샵마다 내세우는 주력 디자인들을 입어봤다. 3군데에선 각각 다른 소재의 실크, 레이스 드레스를 입어봤다. 하얀색부터 피부색에 어울리는 베이지,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이 소개됐다. 민소매, 반팔, 7부와 9부 등 소매 길이도 다양했다. 필자는 160cm에 당시 몸무게 55kg인 통통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일명 ‘등드름' 자국도 꽤 있다. 등을 노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최대한 등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고, 거기에 팔도 두꺼우니 민소매는 피하고자 했다. 그리고 의외로 팔이 두꺼워 점점 긴 팔을 입기 두려워졌다. 문제는 단점을 가리려고 하니 주변에서 말렸다는 사실이다. 모두 ‘식 당일 이 점은 커버가 되니, 무조건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입어보라'라고 했다.
그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입어보며 최종 선택한 드레스는, 피치 베이지 색상의 목과 가슴 부분까지 드러난 9부 소매의 꽤 도톰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다. 디자인이 단순한 게 내 이목구비에 어긋나지 않았고, 소재가 도톰해 오히려 통통한 내 체형과 인상에 어울렸다. 실제로 선택한 샵에선 모든 드레스가 입는 족족 마음에 들었다.
투어를 한 뒤 깨달은 3가지
드레스투어를 하며 느꼈던 3가지 단상이 있다. 먼저 본인 스스로 ‘프레임에 갇히지 말라’는 거다. 입어볼수록 느낀 건 봐서 예쁜 드레스와 입었을 때 예쁜 드레스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체형에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끝까지 선택을 미룬 드레스가 있었다. 그게 내 본식 드레스가 됐다. 또는 한눈에 보고 반해서 그 샵을 방문하게 만든 드레스가 있었다. 막상 입어보니 흘러내리는 소재여서 길고 마른 체형에게 어울렸다.
그다음으론 ‘남이 보기에 예쁜 옷을 선택하자'는 거다. 물론 전제 조건으론, 나도 마음에 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내 이미지에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해드린다는 곳에서 남이 예쁘다고 하는 드레스를 선택했다. 누가 들으면 자기 주관이 없는 사람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드레스는 내가 본 순간보다도 작게는 100명, 많게는 1천 명이 바라보는 시간이 더 큰 ‘보이는' 옷이다. 적어도 사진과 영상 등 누군가가 바라보는 순간이 더 큰 옷에 큰돈을 들이는데, 타인의 추천이 어떨 땐 더 나았다.
마지막으론 ‘어떤 샵에든 예쁜 드레스는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드레스를 완벽히 입기 위한 체형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결정해야 하거나, 혹은 생각해둔 예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드레스샵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타의에 의해 100%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어떤 샵에서든 마음에 드는 예쁜 드레스는 꼭 있었다. 그걸 선택하지 않는 건 각자의 몫이다. ‘예산 때문에 안 예쁜 거 고르는 것 같다'라고 지레 슬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실 우리, 막상 지인 결혼식에 가서 만난 모든 신부는 예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인생의 꼭 한번, 후회가 남지 않는 드레스를 찾는 여정을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