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는 마음이 담긴 귀한 무게
에디터의 방 한 켠을 가득 채운 책장 아래에는 작은 서랍이 있다. 그 서랍 속 작은 박스 안에는 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색 바랜 청첩장부터 최근 청첩장까지 다양한 청첩장이 들어있다.
‘어차피 버려지는 쓰레기라고?’
친구는 ‘어차피 받는 사람은 기억 못 한다. 청첩장은 무조건 싼 걸로 해’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사실상 수많은 청첩장이 내 손에 머물다 갔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던 청첩장은 많이 없었다. 그러나 또 한 켠에는 절친의 결혼 소식에 눈물짓던, 영화 컨셉의 청첩장에 하하 웃음이 났던,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를 들으며 유쾌했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물론, 생전 연락 한번 하지 않던 사람에게서 일언반구 하나 없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와 당황했던 기억까지도.
에디터는 생각했다. 귀한 사람을 초대하는 청첩장이 지닌 가치를.
비단 에디터뿐일까! 받는 사람에겐 별 의미 없이 다가올지 모를 청첩장을 위해 수많은 예랑 예신들은 각고의 노력과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 장의 청첩장을 위해 수 십, 수 백 장의 샘플까지 받아봤다는 후기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청첩장을 돌린다는 시기에 부랴부랴 청첩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일정상으론 조금 늦은 상황이었다. 물론, 조바심은 나지 않았다. 수많은 샘플을 받아 비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때마침 동료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추천으로 뜻밖의 청첩장을 알게 되었다. 카톡 친구를 맺으니 이런 메시지가 왔다.
‘신시얼리(Sincerely)는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동을 위하여 재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기쁜 일을 앞둔 고객님의 설렘을 카드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도록 항상 진심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귀한 말인가!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동이라... 마치 에디터가 찾고자 하는 청첩장의 메시지를 찾은 것만 같았다. 신시얼리, 신지영 대표는 살면서 내가 호스트가 되고, 수 백 장의 초대장에 내 이름을 담아 인쇄하는 흔하지 않은 경험을 앞둔 신랑 신부의 첫 초대장에 담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기에 보내는 이의 설레는 마음이 받는 이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첩장을 제작했다고.
참 반가웠다. 이 디자인이 그 디자인 같고, 종이와 폰트도 신경 쓰지 않은 천편일률적 청첩장을 많이 봐왔던 터라, 이런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청첩장이. 디자인과 폰트는 화면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재질의 감촉은 만져봐야만 알 수 있기에 우선, 몇 가지 샘플을 신청했다. 샘플의 정성스러운 패킹에 감동하고, 설렘 가득으로 열어본 결과, 역시나 받아보길 잘했다. 우리는 애초 선택한 것에서 직접 만져보고, 폰트 확인 후 결정이 바뀌었는데, 청첩장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실물을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첫눈에 반한 청첩장! 우리만의 청첩장이 되다
따뜻한 솜의 질감이 살아있는 코튼 청첩장과 유칼립투스의 조화에서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인해, 내심 걱정됐던 양가 부모님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고객의 성함, 직접 정한 문구, 정보 자체가 청첩장의 전체적인 룩(look)이 되는 것은 신시얼리의 특별한 컨셉이다.
꽃잎 하나로 싱그러운 봄날의 풋풋함이 전해져 왔다. 우리는 400개의 청첩장을 하나하나 수작업했는데, 작업이 힘들었는지 J는 장난스레 말했다. “결혼 절대 2번은 못할 것 같아. 우리 싸우지 말고 평생 같이 살자.”
스티커 방향까지 체크하며, 꼼꼼하게 붙이다 보니 3시간 정도의 작업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우리의 결혼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 청첩장은 각기 다른 유칼립투스의 잎 모양으로 인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청첩장으로 탄생했다. 어느 누구 하나 같은 청첩장을 받는 사람 없다는 것도 이 청첩장이 가진 매력이었다.
이렇게 좋은 것은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본래 에디터의 사명 아닌가! 청첩장이 지니는 귀한 가치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신시얼리 신지영 대표에게 미니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사실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신시얼리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누구나 그렇듯 결혼을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챙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야근 많은 디자이너라는 직업 탓에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지요. 청첩장도 마찬가지로 시장에 이미 준비되어있는 상품 중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청첩장을 고를 수밖에 없었답니다.
결혼하고 보니 정말 신경 많이 썼던 사진이나 드레스, 당일의 디테일은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것이었지만, 청첩장은 참석 여부에 상관없이 하객 모두에게 저를 비롯한 가족의 첫인상이자 끝 인상이더라고요. '신경 쓸게 많은 결혼, 누구나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디자인도 퀄리티도 나무랄 데 없는 청첩장이 준비되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신시얼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홍대 디자인과 졸업 후 다년간의 필드 경험이 좋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첩장은 일반적인 카드와 달리 정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편집디자인 경험이 정말 중요하죠. 정보가 잘 읽히고 잘 보일 수 있도록 종이 크기와 정보량의 비례가 잘 이루어진, 편집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청첩장을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이 얹어지는 ‘종이’라는 매체도 실제로 만졌을 때 두께감, 재질, 컬러 등도 퀄리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지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종이를 항상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과 재질, 퀄리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적인 시장 디자인의 발전, 문화적인 발전 영향으로 요즘은 고객분들도 보는 눈이 높아지셨기에 디자인, 종이, 후가공의 디테일과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알아보시는 것 같습니다. 모든 고객님의 청첩장을 제작할 때 '누군가를 초대하는 카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종이 결 하나 폰트 하나에 신경 써 퀄리티를 높여가다 보니 이제는 많은 분들이 진가를 알아주시는 브랜드가 된 것 같아요. 참 뿌듯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분께 지금 그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결혼을 해보지 않았다면 모를 그 순간들이 예쁜 추억, 좋은 기억이 되어 후에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소비는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이루어지고, 모두가 만족하는 디자인도 다르기에 선택은 고객의 몫이지만 신시얼리와 함께라면 결혼을 알리려 청첩장을 전달하는 그 순간부터 기분 좋은 추억이 시작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래도 청첩장이 한낱 버려지는 종이라고만 생각하는가! 청첩장에는 초대하는 마음이 담긴 귀한 무게가 있다. 에디터는 차후, 청첩장을 액자로 만드는 가치 있는 재활용을 계획 중이다. 청첩장에 넣은 구절을 계속 기억하며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절로 웃음이 났다
웃는 남자를 보고 여자도 웃었다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았다
정말로 봄이었다
-정현주 <다시, 사랑> 중에서
에디터. HJ
Special Thanks to
신시얼리, 신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