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May 27. 2019

결혼은 고민되지만
헤어지긴 싫은 나와 너의 관계

29살의 흔한 고민-1


리쌍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갔다. 2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고민은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연애’와 ‘결혼’이었다. 이 나이쯤 되면 여자인 친구들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한 남사친들도 취업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먹고 살 걱정이 덜어지니 주변의 잔소리가 취업에서 결혼으로 옮겨갔다. 그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고민의 방향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일단 누구라도 만나보자’라는 결심을 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일까, 20대 초중반에는 1, 2년 이상 비교적 오래 만난 경우에도 트러블이 생기면 ‘헤어져!’ 혹은 ‘시간을 좀 갖자’라고 쉽게 말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어떻게든 상대방과 맞춰보려고 애를 쓰게 된다. 물론 상대방을 아직 사랑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애쓰는 것은 사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20대 끝자락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이름이 뭐예요?’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1부터 하나하나 알아가야 하기에 이런 과정에 소모되는 시간이 아깝고, 결정적으로 귀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찮은 과정을 또다시 반복하느니 차라리 오래 만난 이 사람과 어떻게든 좋게 해결을 보고 싶은 ‘나’를 위한 심리가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시 앞서 말한 친구들 모임에서 오랜만에 본 한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친구는 남자친구와 사귄 지 벌써 10년이 다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즈음 만나기 시작해 대학 시절, 남자친구의 군대 시절, 둘의 취업 과정까지 20대의 모든 시간을 함께 했다. 서로의 취향과 개그 코드 또한 잘 맞아 누가 봐도 정말 예쁘게 잘 사귀는 커플로서 모두가 부러워했다. 오래 만났다고 모두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적어도 이 커플만큼은 결혼 문제로 다퉈서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커플 또한 결혼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사이에 두고 한 차례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여느 장수 커플들처럼 결별을 선언한 후에도 헤어지지 못하고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니 결국 지금은 다시 만나고 있다.


사실 내 친구는 결혼을 정말 하고 싶었지만, 남자친구는 정반대였다. 아이를 낳는 것은 고사하고 결혼 조차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친구가 10년이나 사귄 남자친구의 생각을 전혀 몰라서 결혼 거부에 대한 충격으로 헤어지자고 말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가정사 때문에 남자친구가 상처를 받아 아이를 가지는 것은 물론 결혼조차도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친구는 ‘평강공주 콤플렉스’ 때문인지 자신의 사랑과 노력으로 남자친구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년간 남자친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은 ‘No’라고 외치는 남자친구의 단호함에 상처를 받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라는 헤어지는 커플들의 100이면 90 이상이 외치는 대사를 날리며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당연하게도 친구의 남자친구는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여러 번의 눈물 어린 호소를 통해 친구의 마음을 돌려 이 둘은 다시 만남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관계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저 문제를 저 뒤로 미뤄버리고, 보이지 않도록 마음속 상자에 넣어 꼭꼭 숨겨버렸을 뿐이다. 부모님이나 주변인들로부터 ‘도대체 언제 결혼할 거니?’라는 말을 다시 듣기 시작하면 분명 다시 불거질 것이다.



20대 후반이 되니 주변에 결혼 문제로 헤어지는 커플들이 정말 많아졌다. 결혼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자신이 없어지는 사람 등 저마다 그 이유와 사연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장수 커플로 정말 예쁘게 잘 사귀던 커플이 ‘결혼’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이별하는 것이다. ‘도대체 결혼이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헤어지고 각자 가치관이 맞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방안일 수 있다. 만남의 기간이 5년이든 10년이든 맞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고, 이 부분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이상적인 방향으로만 움직이겠는가? 그러니 미련도, 아쉬움도, 슬픔도 마음에 남아 결국은 눈 가리고 귀 막고 조금이라도 더 이 만남을 이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여러모로 20대 끝자락의 사랑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로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웨딩해 구경하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유독 나의 연애만 힘든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