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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5. 2019

귀중한 여름휴가,
친구랑 남편 중 누구랑 갈래?

3년 차 신혼, 친구들이랑 여행 가고 싶어요

7월이 코 앞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이 곧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시기다. 날이 더운 데다 사람들까지 북적이는 여름에 굳이 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이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피서 생각에 설레곤 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팀 회의 중간에 팀장님께서 "다들 여름휴가 계획하고 계시면 미리 알려달라"라고 했다. 얏호!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일상 중 귀와 눈이 번쩍 뜨이는 한마디였다. 신입사원이어도 3일 휴가는 사용 가능하니 미리 말해달란다. 이 소식을 듣고 곧장 남편에게 알렸다.


"오빠, 나 휴가 쓸 수 있대!"

"잘 됐네!"

"응. 그래서 나 친구들이랑 도쿄에 다녀올게."

"응?"


남편은 반문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이 한마디가 우리 관계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출처 : 영화 <김종욱 찾기>


휴가를 길게 못 내니까 그런 건데...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선언한 지 약 사흘 후에 남편은 귀가한 필자에게 대뜸 황당하다고 했다.


"에? 그게 무슨 말이야?"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서. 여행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남편에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남편의 말은 이랬다. 휴가를 쓰기 힘든 상황인 것은 알고 있었다. 우리끼리 정한 휴가도 못 갈 것이라고도 이해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휴가를 받았다고 하더니 그걸 친구들이랑 간다는 말이 너무 당황스러웠단다. 남편의 얘기를 듣고 머쓱함과 동시에 서운해했다는 것에 미안해졌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상황을 변명하자면 이렇다. 한 친구들과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그중 시간을 내기 어려운 친구가 이번 달에 드디어 시간이 난다고 했다. 남편과는 원래 길게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으나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남편과의 긴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면 짧고,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는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을 1순위라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미안함이 계속 느껴졌다.


‘뭐지 이 마음은?’


출처 : 드라마 <질투의 화신>


욕심쟁이는 사랑과 우정 둘 다 포기 못해

남편은 남편대로 상황을 설명했다. 본인은 출장 업무도 많아 되려 필자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적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도 휴가를 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상사가 휴가를 내서 쉬라고 했다. 아주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와야지. 그런데 친구들이랑 여행을 다녀온다고? 알게 모르게 서운함이 폭발했단다. 그렇다. 남편은 내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그랬던 거다.


결론적으로 현재 친구들과의 여행은 잠정 취소됐다. 기혼자 친구들은 아무래도 육아 등의 어려운 점이 있으니. 남편과의 여행도 잠정 보류됐다. 피할 수 없는 출장 일정이 잡혀서다. 여행이 취소됐다고 해서 기분이 상한 건 아니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기혼자들이 사랑과 우정 중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사랑'을 택하겠지만, 솔직히 우정도 지키고 싶지 않을까.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한다면 말이다. 필자는 결국 사랑과 우정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욕심쟁이다. 그러니 상황이 제공하는 불가능에 순응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것이 사랑과 우정을 둘 다 지킬 수 있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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