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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02. 2020

말로만 듣던 스몰웨딩, 정말 가봤다

다시 결혼한다면 내 의지대로만!

11월, 결혼을 결심한 예비부부들은 한 해를 넘기기 전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필자와 남편은 각자의 애경사를 챙기느라 부지런히 서울 근교를 오갔다. 이제 한창 갈 사람은 갔고, 특별한 주관으로 비혼을 선언한 친구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 주변에선 ‘스몰웨딩’이라는 말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스몰웨딩, 듣기만 해선 결혼식 비용을 줄여 자신들 가계 살림에 보태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 또한 100% 존중한다. 솔직히 말해 결혼식 자체에 낀 거품이 얼마나 많은 허위 허식을 만들어냈는가. 작은 갤러리에서, 혹은 본인들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노라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였을까, 필자는 스몰웨딩이 궁금했다. 때마침 스몰웨딩의 하객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약 50명의 하객만 받는다는 결혼식. 요즘 결혼 트렌드의 정점으로 불리는 스몰웨딩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없는 것 없이 ‘꽉 차고도 넘친’ 스몰웨딩


스몰웨딩에 참석하게 된 건 어느 날 토요일 오전이었다. 이미 일찌감치 지인의 결혼식을 위해 왕복 3시간 거리의 결혼식을 다녀온 남편. 그는 올라오는 차 안에서 ‘친구 결혼식에 같이 참석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50명 정도 초대한 결혼식인데, 제수씨가 와주셨으면 좋겠다며 친구가 부탁했다는 것. 거리를 보아하니 집에서도 멀지 않았다.


결혼식은 토요일 저녁에 거행됐다. 하객을 50명 내외로 구성해 가족, 친지의 수를 제한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내심 어떤 자리 느낌일지 궁금했다. 아담한 홀 하나, 원 테이블로 빠짐없이 구성된 결혼식장 내부는 꽤 아늑하게 느껴졌다. 남편의 친구들은 부인과 함께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왜 이렇게 다들 짝 지어왔어? 하객수 제한했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노쇼일까 봐 걱정들을 했나 봐. 축의금 두배씩 내고 왔네.”


친구 간의 의리가 이런 걸까. 꼭 와주었으면 하는 이들은 역시나 ‘휑한’ 결혼식을 우려하며 부인을 데려왔다. 이윽고 성혼 선언문과 부모님 덕담, 축가가 차례로 진행됐다. 일반적인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심 어린 좋은 말이 이어졌고, 신부의 친구들은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축가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하던 중 신랑, 신부는 2차 피로연 복장으로 갈아입고 하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모든 테이블을 돌며 인사했고, 부모님께 어떤 친구들인지 설명했다. 일일이 소개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랑, 신부를 포함한 가족들은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자식 내외 잘 부탁드린다며, 깊은 우애 이어가시길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결혼식에서 가장 눈에 띄던 건 ‘폴라로이드 사진기’였다. 신랑, 신부는 평소에 사진 찍고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은 50명을 위한 필름을 손수 사서 테이블마다 사진을 찍어 선물했다. 1장은 본인들이, 1장은 하객들에게 드렸다.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게 스몰웨딩이구나’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나도 스몰웨딩으로 할래.”



속도위반 ‘NO’, 허례허식 결혼식은 안 해 


11월의 어느 날, 친구 한 명이 청첩장을 건넸다. 필자의 이니셜이 꼼꼼히 박힌 아담한 청첩장. 결혼식은 언제냐며 물으며 청첩장을 펼쳤을 때 그만 놀라고 말았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던 것. 결혼식은 생략한다(!)고 친구는 밝혔다. 결혼식을 생략한다고 하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속도위반 했어?”

“부모님이 허락하셨어?”


친구는 ‘원래 결혼식은 할 생각이 없었고, 이러한 사정을 부모님께 잘 말씀드렸다. 속도위반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친구는 남자 친구와 처음 사귀기로 한 날, 본인이 처음 세례를 받은 곳에서 조촐히 가족들을 모시고 예배를 드렸다. 결혼식을 하지 않으니 신경 쓸 것도 줄었고, 심지어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어 집 마련하는 데 일정 부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명하게 결정한 것 같다며 웃는 친구를 보니, 되려 필자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친구의 축의금은 연말 집들이 때 십시일반 모아 한꺼번에 마음을 전달할 예정이다. 결혼식 축하해줘서 고맙고, 신혼여행에서 잘 돌아왔다는 친구의 단체 메시지에 우리 모두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결혼식의 본질은 하객이 받는 인상으로 결정되는 것


보통 스몰웨딩은 비용을 최소한으로 들여 조촐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필자가 다녀온 결혼식처럼 소수의 하객만 초대하여 프라이빗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전자의 경우를 하객들을 초대하는데, 성의 없이 진행하는 게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이런 게 스몰웨딩이라며 대형 셀럽의 프라이빗한 결혼식 장면을 올려놓고 조롱하기도 한다.


이유와 형태를 떠나 스몰웨딩은 비용으로 귀결되는 게 아니다. 스몰웨딩이어도 하객에게 마음을 써주고, 하객도 두 사람의 앞 날을 축복해주는 것을 표할 수 있다. 내 사람들에게 차라리 더 대접하겠다며 청첩장 문구를 하나라도 더 신경 쓰고,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친구에게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몇몇 스몰웨딩이 조롱당하는 건 단순하다. 하객을 ‘돈’으로만 본 거다. 비용을 최소화한 흔적이 보이는 결혼식, 성의 없는 답례품, 결혼식이 끝나고 고마웠단 인사 한 번도 없을 경우 말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돈 문제로 걱정할 거면 아예 결혼식을 올리지 말거나, 아니면 결혼식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싶다. 결국 결혼식은 두 사람 미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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