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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08. 2020

부동산을 잘 못 만나면 고생합니다

2편,  코딱지만 한 집에선 더 이상 못 살겠어!

* 1편 신혼부부 2년 차, 만기 전 이사 매물 찾기 와 이어집니다.


몇 달을 찾아 헤맨 새로운 우리의 보금자리는 우연히 발견했다. 호갱노노 어플에서는 더 이상 마땅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어플 사용법은 이전 글을 참조할 것.) 첫 집을 ‘신축 빌라'에서 시작한 탓에 ‘신축병'이 걸려 구축 아파트가 눈에 안 들어왔고, 나는 ‘이렇게 물건이 없다면 2년 동안이라도 오래된 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점점 우울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이 아파트 어때?” 하면서 무심하게 화면을 들이댔다. 신축 아파트에 위치도 적당하고 평수도 넓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우리가 생각했던 범위 안에 딱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야?” 나 또한 무심히 되물었다. 사실 놀랍고 기쁜 마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이전에 실패한 계약 경험도 있고 ‘설레발치면 망한다’하며 스스로 자제했다. 우리는 호들갑스러운 마음을 눌러가며 차분히 매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무려 두 달간 매일 같이 호갱노노를 끼고 살았는데 왜 그동안 이런 집을 찾지 못했을까? 남편은 호갱노노에 ‘입주예정' 아파트가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이사 가야 할 시기 즈음의 입주 예정 물건을 네이버에 검색했던 것이다. 너무 간단하지만 호갱노노에만 매몰되었던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망설임 없이 해당 아파트를 보러 부동산 A에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중개사가 아파트에 대해 너무 모르는 티가 나서 바로 다른 부동산 B를 컨택했다. 부동산 B 사장님은 마침 해당 아파트의 조합원이었고, 조합원 아파트를 단독으로 가지고 계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좋은 아파트가 빨리 빠지고 있어 사는 집이 나가는 대로 바로 새로운 아파트를 계약하기로 했다. 다행히 금방 세입자가 구해졌고 마음으로 찜해놨던 아파트를 뺏기지 않고 계약할 수 있었다. 



이사센터 예약과 신축 입주청소 예약까지,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간단히 팁을 얘기하자면,

첫 번째, 이사센터는 최소 3군데에서 방문 견적을 받아보고 가격과 후기를 비교해 보자. 필자는 ‘위매치'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두 번째, 입주 청소는 만족하기가 매우 어려운 서비스이므로,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는 것이 좋다. 인터넷 후기는 알바 작업이 아주 많고, 고객 만족도를 상으로 받았다는 것도 조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거짓 정보를 믿고 이용했다가 낭패 보는 지인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원래 살던 집에 들어올 세입자를 연결해준 부동산 C였다. 이삿날에는 동시다발적인 은행 업무가 이루어진다. 새 세입자가 대출을 받아 집주인에게 송금하면 집주인은 우리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준다. 우리는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고 또 다른 대출을 받는다. 이 대출금을 새 집주인에게 송금하면 새 집주인은 분양받은 아파트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야 키를 받을 수 있어 대부분 오전에 모든 집주인과 세입자는 은행 업무를 본다. 만약 하나라도 틀어지면 이사비용과 계약금을 모두 날리는 셈이다. 


이사센터가 아침 8시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고, 12시부터 새 집에 짐을 들이기로 예약되어 있었다. 남편과 함께 미리 새 집으로 넘어가 부동산 B의 공인중개사, 집주인과 함께 기존 집 은행업무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었다.  


“빨리 키를 받아야 이삿짐을 넣는데… 늦어지면 추가 수당을 내야 하는데….” 속이 타들어가고, 큰 문제라도 생길까 노심초사 발을 동동 굴렀다. 


부동산 C에 전화를 해봤지만 계속 ‘기다려 달라'는 말 뿐이었다. 이유를 물어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빙빙 둘러대기만 했다. 기존 집의 새로운 세입자 대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대로는 우리가 이삿짐도 들이지 못하고 이사센터 추가 수당만 계속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새 집주인은 본인의 여유자금으로 잔금을 치러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이 계약 못 하겠습니다.” 하고 그냥 계약금만 가지고 파기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 따뜻한 새 집주인분은 우리를 믿고 잔금을 치르셨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전세 계약이 며칠 늘어질 경우 그동안 월세로 일할 계산하여 받겠다는 추가 계약서를 작성하셨다.  


새로 이사한 우리의 보금자리
새로 이사한 우리의 보금자리
새로 이사한 우리의 보금자리
새로 이사한 우리의 보금자리


좋은 집주인 덕에 우리는 시간 초과에 대한 수당 없이 이삿짐을 모두 풀 수 있었다. 결국 기존 집 세입자는 저녁이 되어서야 대출 일을 마무리했고, 계속 부동산 B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남편은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은 채 스트레스와 초조함으로 맘고생을 해야만 했다. 알고 보니 부동산 C가 근질권 설정에 대해 기존 집주인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게다가 가스, 수도, 전기세 이전, 정산에 대해 부동산이 보통 계량기를 보고 측정해서 처리해주곤 하는데, 본인들은 중개만 할 뿐이라며 우리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관리사무소도 이런 부동산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업무가 태만하고 성실하지 않은 부동산은 이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구나’라는 것을 당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하마터면 계약금 5천만 원과 이사비용을 날릴 뻔한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런 부당함을 참을 수 없는 남편은 지인인 변호사를 통해 부동산 C에게 책임을 물었고,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중개 수수료를 ⅔ 정도만 받는 것으로 정리했다. 잘하는 부동산과 못 하는 부동산을 미리 알기란 어렵다. 결국 세입자들이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똑바로 일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전세 계약 전 알아야 할 것들’ 과같은 검색어로 검색하여 꼭 숙지하고 계약해야 한다.

험난했던 이사를 마치고 우리는 예쁜 두 번째 신혼집을 꾸몄다. 2배 이상 집이 넓어지니 꾸밀 맛도 나고 살림하기도 수월해졌다. 지금은 끊임없이 매 주말마다 집들이를 하는 중이다. 물론 다른 분들도 궁금하실까 봐 랜선 집들이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애슐리의 새 집이 궁금하다면, 유튜브로 놀러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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