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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27. 2019

나는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출산을 선택할 수 없다.

정신 차려보니 붙은 ‘노산' 딱지,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가 아이 계획을 위해 최근 산부인과에 갔다. 의사는 지금 당장 임신해도 ‘노산'이라며, 반년 정도 자연 임신을 시도해보다가 안되면 바로 시험관을 하라고 추천했다. 더 늦으면 좋을 게 없다면서, 타이밍을 놓치면 임신과 출산 모두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며칠 전, 연말 친목모임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임신 계획이 없는 나도 같이 우울해졌다. 게다가 며칠 더 지나면 1살을 더 먹는다는 현실이 눈 앞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요즘 같은 때에 결혼이 곧 임신, 출산을 의미하지도 않고 순전히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못 낳는 것과 안 낳는 것은 천지차이다. 언제든 내 맘이 바뀌어서 아이를 낳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그때는 너무 늦어서 임신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소리다. 삶은 선택의 연속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이 들며 선택지가 없어지는 일도 생긴다니. ‘노산'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묵직하게 나의 명치를 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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