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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15. 2020

결혼 후 나는 더 응석받이가 되었다

딸과 친정엄마의 연결고리

"결혼을 하면 철이 들 줄 알았는데" 


막상 결혼해서 보니 나는 더 응석받이가 되었다. 결혼하면 효자, 효녀가 된다고들 하던데 나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건가?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어리광에 투정만 잔뜩 늘어놓는 게 딱 신생아 시절의 분리불안을 다시 겪는 듯하다. 엄마와 함께 살 때는 이제 다 큰 어른이니 둥지를 떠나 훨훨 날고 싶은 생각이 컸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더 어린아이가 된 나를 발견하였다. 엄마랑 떨어져 지내니 더 애틋해지다 못해 다시 철부지 어린 딸내미가 된 느낌이다. 신혼집에서 친정까지 20분 거리에 사는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부모님 댁에 간다. 매일같이 보던 엄마를 일주일 만에 만나도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고 나면 속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아내, 똑똑하고 야무진 며느리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면서도 친정집에만 가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얄밉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에게는 평생 기대고 싶은 것이 딸의 마음이니까. 호적 상에 배우자가 생겨버린 장성한 딸이라도 마음만큼은 평생 엄마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아기 새니까.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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