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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27. 2020

게임기 사러 3시간 가는
우리는 ‘부부’

추진력과 결단력이 빠르니 부딪히는 게 없더라

"여보 옷 입어. 안 되겠어. 우리 그거 사자. 지금 경기도에 남아있대." 


토요일 오전, 과일을 먹으며 쉬고 있던 필자에게 남편이 말했다.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차에 반갑기는 한데, 그게 어디 있다는 건가. 찾기가 힘들어 웃돈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그것. 지인은 그래서 다 갖지도 못하고 일부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결국 남편이 기어이 찾아낸 모양이다. 


"그래, 우리 얼른 가자."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바로 ‘게임 팩’이다. 게임 팩을 향한 우리 부부의 열정이 담긴 구매 원정기를 소개한다.  


인간 승리 수준으로 구한 게임 팩


꽂히면 어떻게든 구해야 해 


우리 부부의 눈에 띈 그것.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트레이닝과 게임이 결합한 소프트웨어다. 그 바람은 어느덧 필자의 지인들에게도 핫하게 불기 시작했다. 하루에 10분씩 꾸준히 했더니 체중을 감량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왔고, 이를 통한 주변의 간증도 하나씩 쌓였다. 마침 체중 감량의 필요성을 느껴오던 참이었다. 남편에게는 집에서 10분 정도만 해도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게임이라고만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좀 씻겠다'라고 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오전에 씻는 일이 없는 사람인데, 갑자기 부지런함을 보여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싶었다. 과일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는데, 남편이 “나 그거 살래” 하는 것 아닌가.  


"오빠, 열 군데 넘게 문의해봤는데 역시나 없는 것 같더라. 공식 취급점에서도 10일 뒤에 입고된대. 그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이 동네만 찾아봤지? 조금 더 수소문해봤더니, 평촌에 딱 3개 있대. 한번 가보려고." 


헐. 이미 오전부터 전화해 본 뒤 구매할 걸 알고 씻었었나보다. 확신에 찬 남편의 표정을 보니 꼭 가서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왕복 3시간, 우리는 집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곳에 있는 매장까지 찾아갔고 결국 쟁취했다. 았노라찾았노라쟁취했노라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꽂히면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우리의 결단력은 게임 팩에서만 빛을 발한 건 아니었다. 


우리 부부가 직접 찾아간 평촌


꿈자리가 좋더라니. 당장 사기 어렵더라도 무조건 GO 


최근의 어느 날,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며 이번 꿈만큼은 '상서롭다'는 걸 직감했다. 살면서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생생한 꿈이었다. 


"오빠, 이 꿈은 좀 뭔가 신기한데. 우리 오늘 뭔가 되려나 봐." 

"그래? 로또가 되려나." 


요즘 들어 하늘의 뜻인 '복권 1등 당첨'을 바라고 있던 우리였다. 지역의 누군가, 지인의 사돈의 팔촌도 당첨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별나라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진짜인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 로또 사둔 거 있지 않았던가? 예감이 좋은걸!’ 


"그나저나 여보, 이쪽 지역 어때? 워낙 집값이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공부 삼아 가보자고" 

"그러지 뭐~" 


집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동네. 마음에 드는 집이 한 채 있었다. 우리 부부가 원하는 모든 요건이 다 갖춰져 있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 같았다.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쳐다보니 그의 표정은 결연했다. 누가 뭐래도 이 집은 우리가 사야 한다고 했다. 대출금을 끌어모아 구매키로 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던 것도, 사는 시기를 잘못 맞춘 건 아닐까 걱정도 많이 됐다. 남편은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그의 말은 곧 현실화되었다. 집값이 뛰어오른 것이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새삼 남편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출처 :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 컷


우리 부부의 원정기는 주변 지인들에게 줄곧 회자되곤 한다. 사실 게임기와 집뿐인가. 연애 이후 결혼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게도 우리 부부가 원하는 것은 꼭 구했다. 해야 하는 건 해야 하고, 사야 하는 건 사야 하는 우리의 성향이 잘 맞아서였을까.  


누구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각자 고집이 너무 심한 것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으로는 고집이 아닌 주관인 것 같다. 결단력과 추진력 사이에 존재하는 ‘주관’. 우리가 옳으면 옳은 거고, 아니면 아니라 판단하는 주관 말이다. 그 주관은 지금까지의 우리 삶에 큰 문제로 다가온 적은 한 번도 없다. 결혼하고 나서도 각자 원하는 게 같을 때 그 시너지는 빛을 발할 뿐이었다. 2020년도 이렇게 우리 집은 운영되지 않을까. 해야 하는 건 꼭 하고 마는 우리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덜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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