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았던 것일까
결혼에 대한 환상을 아직 가지고 있을 20살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결혼은 결혼 적령기에 하필 옆에 있는 사람과 하는 거야. 사랑 그딴 거 쯧…”
이렇게 환상을 와장창 깨며 “너희도 한번 살아봐라~”라고 하신 게 지금에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난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지, 두고 봐라"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10년+a이 지난 지금,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이 정말 맞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솔직히 ‘결혼은 옆에 있는 사람’과 하는 거라는 말보다 ‘사랑 그딴 거’라는 말이 훨씬 와 닿는 이유는 뭘까.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진짜 사랑’을 할 수 없으리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 당연히 때가 되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사랑이란, 내 심장을 떼어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를 말한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자신의 목숨보다 나를 더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고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없다. 내가 원래 사랑이란 것을 잘 못 알고 있었던 것 일까, 로맨스물을 너무 많이 본 걸까, 아니면 운이 없었던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세기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고,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서서히 사랑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다.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두 사람을 이어주고 헤어져도 역시 그 사람이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그런 인연’은 역시 드라마나 소설, 혹은 커뮤니티에 떠도는 남의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몇 % 도 안되고 그게 불행히도 나는 아니었다는 결론이랄까.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