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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24. 2020

기획자의 야외 결혼식
셀프로 준비하기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기획했던 주례 없는 결혼식

한의사 선생님의 결혼 선물 공진단 먹으면서 시작!


드디어 결혼식이다. 웨딩해를 통해 우리의 연애 시작부터 결혼 과정까지 이야기를 나눈 지 어느새 3개월이 지났다. 처음 플래너 계약 없이 무작정 시작한 결혼 준비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게다가 예식장 아닌 야외 결혼식을 하게 되었던 나의 결혼 이야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나씩 적다 보니 드디어 결혼식 당일을 쓰는 날이 왔다. 오늘은 우리 결혼식에서 특이했던 부분과 해보니 좋았던 몇 가지를 공유해본다. 



청첩장에 덕담을 남겨주세요! 


청첩장 뒤에 편지를 적고 넣을 수 있도록 함을 마련해두었다


3면으로 구성한 청첩장으로 뒷면 중앙에는 친구들이 덕담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축의금 넣는 곳에 청첩장 넣을 통을 함께 준비했고, 친구들은 덕담이 적힌 청첩장과 편지를 그 안에 넣어주었다. 

 

버려지는 청첩장이 아쉬워서 기획했던 청첩장은 결혼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친구들이 적은 편지들을 읽으며 여러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졌다. 훗날 결혼생활이 힘들 때면 누가 우리를 위해 결혼식에 와줬고, 어떤 마음을 전했는지 한 번씩 읽어보려고 잘 모아두었다. 다행히 결혼 2년 차인 지금까진 다시 읽어보진 않았다ㅎㅎ


신부님, 사진이 너무 많은데요? 


Q. 예식장 포토존은 누가 준비하는 걸까요? 

A. 정답! 나! 내가 직접!


집에서 액자와 사진들로 미리 세팅해보았다


식장에 액자가 미리 준비되어있고 거기 맞는 사진을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리 결혼식장의 경우, 직접 액자와 사진을 준비해야 했다. 예식장 실장님께 포토존 세팅 사진을 받았고 결혼식날을 상상하며 어떤 사진이 어떤 액자에 담겨 손님들을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사진 고르기 Tip.

이젤에 올라갈 큰 포스터 사이즈의 사진 2개와 작은 사진 8개 정도로 구성했다. 보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도록 비슷한 배경, 포즈의 사진들이 겹치지 않게 구성했다. 큰 사진의 경우, 온라인 사진 인화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사진들이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라서 인지 해상도가 낮은 게 좀 아쉬웠지만 실제 필름을 인화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고 하루면 도착하는 배송 속도 덕분에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액자 고르기 Tip.

큰 액자의 경우, 이케아를 이용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액자를 활용하고 싶어서 이케아 HOVSTA 미디엄 브라운 액자 2개를 사용했다. 액자 속 표구(두꺼운 종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액자 제작하는 곳에 부탁해서 속 표구만 따로 제작했다. 나머지 작은 액자들은 다이소에서 구매했다. 몇 번 쓰지 않을 것 같아 저렴하지만 저렴하지 않아 보이는 액자 선택하는 것에 집중했고 나무 액자의 경우, 프레임이 두꺼워 너무 헤비 할 것 같아 얇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여러 사이즈를 적절히 섞은 액자들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저렴했으나 야외 결혼식장과 잘 어울려 만족스러웠다. 

 

실제 결혼식장의 포토존 모습
실제 결혼식장의 포토존 모습


모두 똑같은 크기로 구성되지 않도록,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 도록 사진을 구성해서 이렇게 배치하겠노라 플래너님께 보여드렸는데, 사진이 많다는 답을 들었다. 이래서 기획자는 혼자 일하면 안 된다.


Tip. 사진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미리 찍어두었고, 실제 결혼식장에서는 친언니가 직접 배치해주었다. 나처럼 사진이 많고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미리 사진으로 찍어두면 실제 예식날 큰 도움이 된다. 


입장만 총 3번! 양가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우리! 


아버님들이 입장 후 인사하는 모습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니 부모님들이 앞에 서있으면 어떻겠니?” 아빠의 제안이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의 경우, 아무도 없는 주례석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데, 아빠 생각에는 그보다 앞에 누가 서 있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됐지만, 결혼식 참여 횟수로 보면 아빠가 훨씬 압도적으로 많았고 예식 전 불필요한 의견 다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양가 아버님들의 입장 추가로 우리의 결혼식에는 총 3번의 입장이 있었다. 양가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우리가 입장했다. 먼저 입장한 부모님들이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고 우리가 입장한 후 함께 인사를 하고 예식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입장 시간도 너무 길어져서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양가 아버지가 함께 (어색하게) 입장하는 모습도 재밌는 요소였으며 나 역시 아빠 손을 잡고 남편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새로운 출발한다는 느낌이 들어 즐거웠다. 특히, 부모님들과 서서 인사를 하면서 멀리서 찾아준 하객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예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진짜 주인공은 조카들이 아니었을까? 


반지를 전해준 조카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우리 외에도 결혼식을 기다리고 긴장했던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조카들이었다. 원래는 입장 전 꽃 뿌리는 화동을 하고 싶어 했지만 입장이 4번이 되는 것은 막아야 했기에 반지를 전달해주는 것으로 7살 조카와 합의(?)를 보았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쑥스러워하며 등장한 조카들은 긴장했는지 반지를 전해주고는 달려가버렸다. 우리 결혼식에서 가장 귀여웠던 순간이다 :) 


마지막까지 즐겁도록 이벤트를 추가했어요! 


추첨함에 넣어주신 덕담 중 2개를 뽑았다


끝까지 결혼식을 지켜봐 주는 하객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고민하다 회사 굿즈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결혼식 굿즈’로 양말을 만들었다. 양말을 선택한 이유는 부피도 작고 평생 가지고 있어도 쓸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혼식이 끝나도 굿즈 양말을 신고 만나는 사람들!


축의금을 받으면서 모인 청첩장(덕담)을 추첨했다. 다행히 모두 자리에 계신 분이 추첨되었고 남편과 나, 각자의 손님들이 뽑혔다. 직접 제작한 양말은 300켤레(최소 수량)로 선물로 드리고 남은 양말은 결혼식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물론 우리 부부도 잘 신고 있다. 아침에 양말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고 종종 같은 양말을 신고 나온 지인을 보면서 양말 이야기를 하며 웃는 것도 재밌다. 




예식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만족스러운 고객 후기(?)를 보니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야호! 이제 제일 신나는 신혼여행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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