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을 초대하여 대접하는 최소한의 예의
“얘들아, 나 먼저 간다!”
“결국 가는 거야? 아쉽네.”
5월의 어느 날, 필자는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지만, 지인이 결혼한다는데 축하는 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자리가 없어서 사람을 돌려보내는 결혼식
결혼식 당일. 결혼식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식장 안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이 빼곡했다. 비까지 내려 궂은 날씨였지만,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는 두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시작 30분 전에 미리 도착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리 하나를 겨우 차지해 앉았다.
“이거 뭐, 친구들 자리 맡아둘 수도 없겠는데?”
“곤란하네.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얼굴이나 보고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필자뿐만 아니라 식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들 식장이 너무 작다는 평이었다. 결혼식이 시작하고 나서도 하객은 계속해서 식장 안으로 밀려들었고, 안내하는 이들과 통화를 하는 이들이 섞여 하객석은 꾸준히 어수선했다.
신랑 신부의 인사 후 축가가 이어졌다. 어두운 식장, 밝은 조명. 신랑 신부는 행복해 보였다. 그에 비해 하객석은 불행히도 정반대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이들은 ‘어디 앉아야 하나’는 말을 하며 돌아다녔다. 급기야 우리보다 비교적 늦게 도착한 지인들은 먼저 가보겠다고 했다.
“식당은 따로 안내해주지 않는대?”
“쿠폰을 받았는데… 식당에 굳이 가야 하나 싶어서. 먼저 갈게, 다들 다음에 봐!”
이를 보며 탄식했다. 하객들은 이미 마음이 단단히 상했고 상황은 심각했다. 이 결혼식이 특급호텔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든 이가 말을 아꼈지만 아마 마음은 같았을 테다. 무슨 이런 결혼식이 다 있느냐고.
상황을 핑계 삼아 손님맞이는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인은 유난히 ‘밥’에 의의를 둔다. 인사도 ‘식사했느냐’는 말로 시작하고, 헤어질 때도 ‘끼니 거르지 말라’며 마무리한다. 상갓집에선 가시는 길 마음 편하라고 식사는 잘하고 나와야 한다는 게 예의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자리가 없어 밥을 못 먹은 결혼식이라니. 기가 찼다.
물론 요즘 상황은 워낙 특수하여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다. 청첩장 모임도 줄줄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다. 그럼에도 다들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결혼식이다. 최소한 하객이 얼마나 올지 마지막까지 가늠하고 예상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대처가 너무 아쉬웠다. 결혼식이 그럭저럭 끝나고 지인으로부터 감사 연락이 왔다.
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없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연락을 받았어도 찜찜했다. 그들이 그날의 순간과 찰나의 결정에 잃은 인심이 얼마나 많아졌을까 싶어서다. 오지랖인 건 안다. 그럼에도 결혼식은 일반 행사와 다르다. 자리가 모자를 정도로 성황이었다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먼 길 궂은 날씨 마다하지 않고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이 무슨 결례였나 라는 뒷말이 진하게 남을 뿐이다.
‘시국’이라는 상황 아래 결혼식 준비가 귀찮은가? 그러면 수금한다는 말만 남는다. 손님은 정성껏 준비해 최대한 정중히 모시는 것이 결혼의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