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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15. 2020

누구 결혼식에 가야 하는 걸까?

한날한시에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 결혼해!” 


작년 말이었다. 10년간 숱하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혼한다는 친구 A를 보며 우리는 모두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친구가 털어놓던 살벌한 일화를 들으며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커플이었다. 이제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결혼하는 거라며, 겨우 식장만 잡아두었다는 그를 보고 우리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결혼하자며 반지와 꽃다발을 안겨주었다는 남자의 프러포즈로 A는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필자도 스튜디오 선정부터 웨딩드레스까지, 예비신부라면 끝없이 고민하게 될 즐거운 숙제를 친구들과 함께 해주던 요즘이었다. 그러던 며칠 전, 친구 C에게 전화가 왔다.


"야, 대박사건이야. B도 그날 결혼할 것 같대."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미룬다며."

"근데 A랑 같은 날짜로 어른들이 정하셨다네."

"뭐라고?"


올 초에 예정이었던 친구 B의 결혼식이 여름으로 미뤄질 것 같다고 얘기는 들었었다. 그런데 A와 같은 날짜라니. B가 왜 말을 못 하고 있었는지 그제야 이해됐다. 



친구의 선언과 시작된 고민 


B는 수고스럽게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연애를 청산하고 결혼 준비하는 친구가 같은 그룹에 있으니. 가뜩이나 예민한데 서로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B는 C가 이렇게 알리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 필자 또한 'A와 B가 같은 날짜에 결혼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A도 이 사실을 알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그렇게 정하셨다는데 당사자들이 어쩔 도리가 있었을까.


결혼식을 준비하는 B가 안쓰러웠다. 브라이덜 샤워도 함께하기로 한 절친 그룹이다 보니 결혼식 참석 여부로 우정이 갈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혼 선배로서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생각해야 하는 B가 정말 안타까웠다.  


슬슬 친구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A도 알고 있으려나?', '우리는 왜 짝수 친구들이 아닐까? 왜 5인조였던 거야?!'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승전 '결혼식 참석’이었다. 스튜디오 촬영부터 드레스 가봉 스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끝내고 두근두근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 친구들은 결심했다.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만의 고난을 주신다 


우선 A와 B는 상황의 야속함을 성공적으로 공유했다. 두 사람끼리 가전제품을 선물하며 서로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예비부부끼리 만나 ‘어른들이 너무해’를 외치며 건배사를 했단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에게 그 날이 ‘길일’이었다나. 나머지 친구 셋은 집에서 가까운 결혼식장에 참석하기로 했다. 두 명, 한 명씩. 한쪽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함은 축의금 ‘5만 원’을 더 얹어주며 녹이기로 했다. 그래도 아쉬움과 미안함은 남았다. 다른 친구들도 상황의 야속함에 슬퍼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결혼식 ‘불참’을 선언했다. 자신의 직장 동료가 코로나 확진자라는 것.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순간 건물은 모두 폐쇄됐고 재택근무 체제로 돌입했다고 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도 불안했던 친구는 안 되겠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 날은 결혼식 하루 전날이었다.



아, 신이시여. 코로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 오다니. 한 친구가 피치 못하게 불참하게 되어 한 명, 한 명씩 똑같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신랑 신부에게는 코로나 때문에 하객도 적어지고,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니 심란하겠지만 이번만큼은 다행스러웠다.


티는 안 냈지만 친구들과 필자는 내심 안도했다.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 작은 것에도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예민한 상황에서 결국 우정을 지켜낼 수 있었다. 10년 우정이 깨질 뻔한 것을 막아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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