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웨딩 대세되고 축의금 품앗이 사라질 듯
최근 코로나19가 소강상태였던지라 결혼식이 많이 열렸다. 코로나19가 좀 잦아들길 기다리던 친구들 중 세 커플이 결혼했다. 물론, 해외로 신혼여행은 가지 못했다. 한 친구 커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직전에 결혼식을 치러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면 50인 이상 하객이 모이는 식이 금지되기 때문에 일반 결혼식을 추진했던 커플에게는 재앙과 다름없다. 불행히도 바로 그다음 주에 결혼식을 예정했던 그의 친구 커플은 그 재앙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다고 한다.
한 주만에 완전히 세상이 바뀐 셈이다. 이 커플뿐만 아니라 SNS에서는 결혼을 예정했거나 약속한 친구들의 불행 배틀이 이어지고 있다. 이놈의 코로나19는 도무지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평범하고 소박한 결혼식을 치르고자 꿈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가 누렸던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제는 분노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올해 이후, 결혼식과 결혼 문화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 듯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도 작고 저렴한 결혼식을 올리거나 아예 미루는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기존의 결혼 관련 산업이 붕괴되고 있으며, 호텔이나 식장들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아예 확 규모를 줄인 결혼식을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로 제시하고 있다고. 미국은 지난해까지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혼 비용만은 나날이 증가해 예식 및 피로연 평균 비용으로 약 2만 8,00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이 통계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닌 결혼식 비용 때문에 결혼을 올리지 못했던 커플은 저렴하게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오히려 안도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몰웨딩이 대세가 되고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변 결혼식 중 스몰웨딩은 극소수여서 특별했는데, 앞으로는 오히려 스몰웨딩이 평범한 것이, 빅 이벤트로 치르는 결혼식이 특이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결혼식은 작은 웨딩일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스몰웨딩 패키지가 다양하게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대표적으로 강서구에 위치한 한 호텔은 80명 기준 500만 원대 호텔 예식 패키지를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는 커플들이 작은 결혼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500만 원이면 일반 예식장에서의 결혼식 비용이 대략 1천만 원대로 형성된 것에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어서 꽤나 파격적이다.
다만, 이런 트렌드가 가속화된다면 결혼 당사자보다는 부모님의 행사로 치러지거나 축의금 품앗이로 여겨지던 결혼 문화는 점점 옛 것이 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에 발발한 전염병이 그동안 돌고 돌리던 축의금의 고리를 확 끊어주는 역할을 할 테니까. 반대급부로 정말 가까운 가족, 친지, 친구 등 소수만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이 내용 측면으로는 훨씬 훌륭할 수도 있다. 결혼식은 형식, 형태보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요즘 친구들이 만나면 “이런 시국을 뚫고 결혼한 커플이 더 잘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전염병 시국에서 살아남은 ‘트루 러브’보다 더 강력한 사랑의 증거가 있을까. 훗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그들은 후대에 전할 것이다. 50년 전 우리가 결혼한 시대에는 심각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결혼식을 치르는 게 마치 전쟁과 같았고 겨우 치른 식에는 하객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었다고. 그런 엄청난 시국을 지나 우리는 사랑의 결실을 맺었었다고. 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해줄 때, 부디 후대들은 전염병 없는 깨끗한 세상에서 마스크 없는 삶을 살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