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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9. 2020

연애도 충분한데
왜 결혼을 해야 할까?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개인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배우자의 가족을 맞이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싫었다. 우리 부모님을 챙기는 것만 해도 벅차고 (사실 벅차다기보다 두 분을 챙기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2배 이상의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결혼을 왜 해야 하나 싶었다. 결혼한 친구들은 첫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면서 ‘대체 내가 우리 집에서 안 하던 요리를 여기서 왜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것도 모자라 돈을 받는 노동도 아닌데 용돈을 드리고 와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며 결혼이란 특히 여자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나는 연애만 7년을 했다. 점점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변에서는 오래 만났다는 이유로 ‘결혼 안 해? 오래 만났잖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한심했다. 물론,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연애 기간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 사춘기 때 자아를 정립해 나가듯이 적어도 ‘결혼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만든 후 결혼을 결심하는 것이 맞다.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좋은 일은 가장 먼저 기쁨을 나누고 나쁜 일은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해주며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다. 긴 연휴나 회사에서 받은 연차를 아껴 혼자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행지에서 '남자 친구와 이 풍경을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고, 남자 친구와도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을 끝마치고 각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 ‘아, 우리는 남이구나’ 싶은 씁쓸함이 생겼다.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도 함께 하고 짐도 같이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하루는 혼자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을 정도로 정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남자 친구는 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좀 봐달라고 했고 동생이 집으로 찾아와 위로를 해줬었다. 퇴근 후에는 남자 친구가 찾아와 다독여주었는데, 그 순간 남자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고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위로가 되어주며 사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함께 자라면서 부모님을 많이 닮아갔지만, 남자 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남자 친구를 많이 닮아 갔다.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항상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왔기에 여유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낙천적인 사람이라 이런 장점을 많이 닮게 되어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여유가 생겼다며 얼굴이 편해졌다고 했다. 서로가 각자의 장점은 닮아가며 단점은 보완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때 결혼해도 괜찮지 않을까.



결혼이란 물리적 보살핌이 끝난 성인 남녀가 서로를 보고 배우고 닮아 가는 삶을 살기 위해 하게 된다는 점에서 제2의 인생, 인생의 2막이 열린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을 생각할 때 ‘상대방처럼 살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한다. 여자의 경우, 간혹 ‘모성애’로 남자 친구와 만남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상대방을 닮아가고 상대방의 인생과 가족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전제가 없고, 상대방을 위태롭고 보살펴야 된다는 존재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션-정혜영’, ‘최수종-하희라’ 커플을 워너비 커플로 뽑는 이유는 서로를 존중하고 닮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런 건 아닐까. 나이가 찼다고 다들 결혼하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결혼하지는 말자.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시그널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결혼을 결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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