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상견례? 온라인 상견례? 그것이 문제로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은 매 순간 쉽지 않았다. 매번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강력한 방역 지침이 추가되면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역경에 부딪혔다. 상견례 말이다.
상견례, 사전적 의미로는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서 서로 행하는 예’를 뜻한다. 사실 신랑이 말 타고 신부 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던 옛날에는 상견례가 지금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혼례가 끝나고 시가에 처음 방문한 신부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친척들을 만나 뵈는 ‘구고례’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전적으로 양가의 의견에 따라 결혼이 정해지던 시대에는 신랑, 신부는 서로를 모를지언정 가문끼리는 잘 알고 있으니, 굳이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결혼이 가능한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젊은 남녀 둘이 좋아 결혼을 결정하게 되니, 부모는 상대 부모의 인품이나 집안 분위기 등을 살필 기회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 시기를 짚어 보면 갑오개혁이 있었던 1894년 격동의 시기를 거쳐 가문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해지던 결혼관에 균열이 일었고, 1910년쯤부터는 자유결혼론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서양식 결혼식 형태가 조금씩 도입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때를 전후로 상견례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것 같다. 고로 상견례란 대략 130년쯤 된, 나름 역사가 있는 전통인 셈이다.
2021년 현재, 상견례는 결혼 준비의 필수 과정 중 하나가 되었다. 결혼식은 하우스웨딩, 호텔 웨딩은 물론 직계가족만 모시는 초스몰웨딩이나 아예 다른 장소로 떠나서 치르는 데스티네이션 웨딩까지 장소나 규모, 형태가 신랑 신부의 신념과 취향에 따라 다양해졌다. 하지만 상견례는 백이면 백, 적당한 음식점에서 양가가 모여 긴장된 와중에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비슷비슷하다.
그러니 코로나 시국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으로 참석할 인원만 따져 봐도,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까지 이미 6명이다. 보통의 경우처럼 형제자매가 참석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코로나 확산으로 조금 상황이 나아지면 만나자고 상견례를 뒤로 미룬 채 결혼 준비부터 시작했던 예비부부들은 식은 다가오는데 모일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5월 예식인 나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4인 미만으로 테이블을 나누어 만나기, 신혼집이나 한쪽 집에서 모이기, 신랑 신부 당사자와 양가 어머님만 모여 ‘세미 상견례’ 치르기, 줌이나 구글 미트 같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상견례’ 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는 예비부부가 있다고 하지만, 어쩐지 모두 내키지가 않는다.
앞의 두 방법은 어쨌든 현재의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방법이고, 세미 상견례는 이미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혼전 동거 허락을 받기 위해 양가 어머님만 모시고 식사를 함께 해서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 상견례는 나도 화상 회의가 어색하고 낯설고 집중이 안 되니 부모님 세대에는 더 그럴 것 같다.
1년 넘게 결혼 준비를 해 와서 양가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도 없고 서로의 형제자매며 가까운 친인척들까지 다 보았는데도 꼭 상견례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래도 가족들이 결혼식 당일 처음 만나는 것보다 미리 서로 얼굴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혼이 두 달 남짓 남은 현재까지 방역지침이 달라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가 미국식으로 결혼식 전날에야 ‘리허설 디너’를 치르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되지만 말이다.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와 가까운 뜻인데,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좋은 점 한 가지는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해석한다.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코로나 시국이지만, 이 상황을 계기로 다소 경직되고 불편한 자리인 현재의 상견례가 조금씩 달라지고 다양해진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일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러 본다. 먹구름 잔뜩 낀 현실에서 결혼 준비로 스트레스받는 모든 신랑 신부에게 어서 햇빛이 빛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