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현명하게 집안일 분담하는 방법
이 말이 가장 잘 와 닿는 순간은 아무래도 연애시절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결혼 전 기혼의 지인들에게 "결혼 후에 제일 부딪히게 되는 것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같은 대답을 했다. 바로 집안일 나누기.
연애 때야 너무 잘 맞았더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습관까지 퍼즐처럼 딱 맞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이 서로를 힘들게 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집안일 분담은 왠지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약 3년의 신혼생활 동안 큰 부딪힘 없이 수월하게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위적인 역할 분담보다는 서로의 기준에 대해 이해하는 것'
주변에서 많이 추천했던 방법은 각자 소화할 역할을 나누어서 정리해보라는 것이었다. 요일별로 함께 해야 하는 일을 정한다거나 '청소는 남편, 요리는 아내'와 같이 특정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비효율적인 상황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청소는 지저분하면 하는 건데 정해진 요일이 아닌 날에 청소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상대방이 집안일을 못하는 날에 대해서는 따로 카운트를 해야 하나?' 등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사실 정답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규칙처럼 정하는 것을 관두고,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집안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하기 앞서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일의 기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내가 생각하는 집안일의 기준]
1.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집을 가꾸어야 한다.
2. 흐트러지거나 어수선한 것들은 바로 치운다.
[남편이 생각하는 집안일의 기준]
1. 안 보이는 부분까지 늘 챙겨야 한다.
(ex) 화장실 청소, 가전 필터 관리 등
2. 피곤하다면 조금은 여유 있게 해도 괜찮다.
우리는 '본인이 상대방보다 잘하는 부분은 본인이 한다.'라는 공통적인 기준도 정했다.
요리할 때를 예로 들면, 긴 자취생활로 요리를 즐기며 더 잘하는 남편이 음식을 만들고, 지저분한 걸 바로 치우는 것을 잘하는 나는 옆에서 재료 손질을 하고, 중간중간 설거지를 한다. 이렇게 잘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하다 보니 정말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함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운이 좋았다.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정반대인 것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갈등 없는 집안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기준이 이렇게나 정반대였는데, 만약 서로의 기준을 이해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정해서 지키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부담감은 물론,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바로 설거지를 했는데, 남편은 왜 아직까지 청소기를 안 돌리지?'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둘만의 역할을 찾는 것. 그게 바로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집안일까지 평화롭게 함께하면 더 좋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