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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28. 2021

결혼 10년 차 부부가 돈 때문에
지겹게 싸운 이유

도대체 그놈의 돈이 뭐길래!

 “결혼 10년 동안 돈 때문에 싸웠어. 지겹다!”


 얼마 전 친한 언니가 내게 와서 한 말이다. 결혼 10년 차인데, 아이가 있음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돈’이라며 이 문제만큼은 합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권을 누가 가지느냐, 통장을 어떻게 합치느냐를 논의했을 때 남편은 각자 관리하길 원했고, 지금까지 같은 식으로 이어왔다고 했다. 대출금이나 아이 학원비 같이 액수가 큰돈은 남편이 내고, 생활비는 언니가 내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서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정에 기여한 돈이 각자가 더 많고, 서로를 위해서 쓰는 돈이 없으며, 심지어 스스로를 위해서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기여한 분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각자가 상대방보다 훨씬 더 희생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고생한 만큼 배우자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인정은 커녕 비난을 받는다고 느꼈던 부부는 크게 부부싸움을 해버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제권을 이제라도 합치면 되지 않아?”라고 물어봤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거나 이제와 합치거나 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각자 주머니를 차고 ‘본전’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제3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남보다 못해 보였다. 오히려 남에게는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남아있어 금전적으로 베풀고, 넉넉한 척을 더 많이 해야 하니 말이다.



 마음 맞아서 잘 사는 커플들 조차 한 번씩 부딪히는 게 돈 문제다. 성격 차이를 운운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 헤어지는 커플이 많다는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치졸한 일이 벌어지는가. 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사람도 가끔은 돈의 무게에 깔려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렇듯 큰 의미인 ‘돈’을 버는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생각해보면, 돈은 일종의 권력을 형성한다. 그것이 가정이라는 작은 세계라 할 지라도. 바깥 사회와 다른 점은 가정에서는 구성원이 주지 않아도 직접 스스로 권력을 챙긴다는 것이다. 부부 중 많이 버는 쪽이 권력을 더 많이 챙기고, 매사는 아니어도 어느 순간 그 권력을 발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돈을 버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떳떳하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이 말이 대부분 '여자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로 둔갑되곤 하지만 결국 쌍방이 같은 것 아니겠는가. 경제권을 뺏긴 남자들 혹은 여자들에게 ‘딴 주머니를 차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해봤지만, 결국은 또 하기 쉬운 소리만 할 뿐이다. 경제권에 대해 결혼 전이나, 초에 합의를 반드시 끝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결혼의 유일한 장점이 무엇이겠는가? 팀플레이를 통한 안정감 아니겠는가? 팀플이 아닌 각자 플레이를 하면 안정감은 물론이고 소속감조차 못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돈을 각자 관리하면 거액이 필요한 큰 일을 도모하거나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목돈이 쉽게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한 언니의 케이스만 봐도 각자 기여한 바는 많다고 하는데, 딱히 내외형적으로 재산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뭐, 결혼 초에 이야기를 못 끝냈다고 지금 아예 돌이킬 수 없거나 틀린 건 또 아니다. 바로잡을 용기가 남아있고, 적어도 대화가 되는 부부라면 말이다. 물론 대화가 되려면 신뢰나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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