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지 않고 나만의 웨딩드레스를 찾는 방법
성큼 다가 온 결혼식 날, 많은 신부들이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나 역시 그동안 드레스 투어나 웨딩 촬영을 통해 적립해 온 경험치를 총동원해 본식 드레스를 찾아 헤맸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했다. 야외 웨딩이나 하우스웨딩 등을 계획하고 있어 일반적인 드레스와는 조금 다른 드레스를 찾고 있는 예비 신부들이 부디 나와 같은 삽질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여정을 공유한다.
플래너와 계약하지 않아도 드레스샵과 직접 계약하고 드레스를 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거래보다 플래너를 통하면 가격이 더 낮아진다는 결혼 시장의 함정이 있지만 말이다. 다행히 요즘은 최소화된 형태로 업체와 신랑 신부를 직접 중개해 주어 수수료를 줄이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충분한 사전 조사 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명 드레스샵과도 합리적인 가격에 진행할 수 있다.
한편, 내가 사는 지방에는 드레스 대여와 헤어 메이크업을 함께 제공하는 업체가 많은 편이다. 나도 처음에는 헤매와 드레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고, 부케와 신부 혼주 메이크업까지 제공해 준다고 한 드레스 업체와 박람회에서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신상 드레스를 아무리 봐도 모두 화려한 비즈에 엄청나게 풍성한 치맛자락을 자랑하는지라, 내가 원하는 야외 결혼식과 어울리는 그림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드레스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드레스샵과 계약을 파기하고 처음으로 후보에 올렸던 것은 스몰웨딩에 잘 어울릴 법한 가벼운 라인의 드레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샵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스몰웨딩드레스 #셀프웨딩드레스만 검색해도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드레스샵이 쏟아져 나왔다. 업체가 다양한 만큼 디자인도 매우 다양하고, 대여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이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촬영용 드레스를 한 벌 구매했지만, 본식 드레스로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다. 남들이 입으면 세련되어 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은 내게는 밋밋해 보였고, 세상 러블리한 디자인은 골격도 키도 큰 내게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가볍고 편안하지만, 너무 소박하게 보이지는 않는 드레스를 원했기 때문에 다시 찾아봐야 했다.
해외에는 드레스를 구매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에 드레스를 판매하는 쇼핑몰이나 디자이너 샵이 많다. 과거에는 직구가 아니면 드레스를 소장하기 어려워 이런 샵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고퀄리티 드레스를 내놓는 곳들이 많으니 직구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간혹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맞춤 드레스를 제작해 준다는 곳들이 있는데, 거의 해외에서 보내준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브랜드 화보를 보고 비슷하게 따라 만든다. 한 번 속아 본다는 마음으로 직구를 했고, 2주 뒤에 배송 온 드레스는 역시나였다. 샘플과는 색감이 전혀 달랐고, 사이즈를 재어 보낸 게 무색할 정도로 어처구니없이 컸다. 수선을 요청하는데 드는 품도 아까워 그냥 넣어 두었는데, 최근 갑작스럽게 촬영한 친구와의 우정 스냅 때 요긴하게 활용하긴 했다. 온라인에서 매우 저렴한데 예쁜 드레스를 발견했다면, 반드시 실제 후기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구매하기 바란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드레스를 살 때는 매년 입고 사진도 찍겠다고 다짐하지만, 몇 년 지나 이사도 다니고 하다 보면 처치 곤란한 짐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고나라를 뒤져 보면 누군가의 본식에 아름답게 빛났던 드레스가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알림 설정을 해놓고 들락거리며 드레스를 찾았고, 마침내 여기에서 내 본식 드레스를 만났다.
고가 드레스샵의 샘플 세일 때 여러 벌 구매한 분이 내놓은 드레스였는데, 코르셋 마감이 아닐 것, 가벼울 것, 적당히 풍성할 것, 탑이나 오프숄더가 아니고 가능하면 소매가 있는 V넥일 것, 너무 밋밋하지 않게 적당히 레이스나 모티브로 꾸밈이 있을 것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했다. 중고 거래에 거부감이 없다면, 드레스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보고 구매하는 것도 드레스를 소장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고가 드레스샵의 샘플 세일을 노려 피팅 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즌이 지난 드레스이긴 하지만, 한국인 취향에 맞게 적당히 수선되어 있고 대여 비용 정도에 브랜드 드레스를 구매할 수 있다.
맞춤 드레스를 구매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온라인이나 중고 거래로 구매한 드레스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하지만, 청담의 전문 드레스샵에 가봉이나 수선을 요청하면 드레스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수선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 가성비 좋게 드레스를 수선해 준다는 홍대와 대전의 업체를 고민해 보다가 결국 같은 지역의 공연용 드레스를 전문으로 제작하시는 분께 의뢰를 드렸고, 단돈 오원에 뒷 라인 콩 단추 마감을 포함해 완벽하게 수선을 해주셨다. 드레스 수선에 있어서는 주변에 의외의 실력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몇 벌의 드레스를 사 모으며 돈 낭비를 한 끝에야 만나게 된 나의 드레스. '내 취향을 좀 더 확실히 알았다면 시행착오를 덜 겪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여비용 정도 되는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모두 부합하고, 오염이나 손상 걱정 없이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드레스를 구매했다는 데 만족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혼 준비를 하면 할수록, 남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취향에 맞는 드레스샵이 있다면 그곳에서 대여하는 게 예쁜 본식 드레스를 만나는 가장 간편하고도 확실한 방법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