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중요할까?
“나랑 왜 결혼할 생각을 했어?”
“너와 살면 인생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럼 결혼하고 나서 느끼는 안정감, 소속감, 책임감... 뭐 그런 흔한 감정은 없어?”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결혼한 부부의 실제 대화다. 위의 대화에서 잘못된 점 혹은 신경 쓰이는 부분을 서술해 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몇 줄을 쓸 수 있겠는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첫 번째, 결혼의 조건 중에 ‘재미’가 1순위로 거론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미는 환경에 따라 있다가도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재미가 떨어지는 순간, 결혼의 의미나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애도 그렇고 결혼 역시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높을수록 애착이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게 즐거움이 전부라면, 그가 희로애락 중 ‘노’나 ‘애’를 꺼내는 순간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두 번째로 소속감, 안정감 따위를 못 느낀다는 답변이 문제로 보인다. 법률혼의 몇 가지 남지 않은 순기능 중 ‘파트너십’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혼에서 파트너십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짝이 되어 협력하는 과정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 상대와 내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감’조차 느끼지 못한 다는 것으로 봐서 결혼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 커플은 코로나19 시국이 닥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별했다. 취미활동을 함께할 때 최상의 시너지를 내던 커플이었다. 살아보니 결혼관이 서로 맞지 않았고,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내내 부딪혔다고 들었다. 코로나 시국 이후 ‘재미’가 없어지자 사이가 시들해졌던 것도 있었다. 결혼의 여러 조건을 간과하고 노는 ‘케미’만 잘 맞았던 어느 커플이 보여준 극단적인 사례다. 결혼 대신 연애만 했다면 훨씬 행복했을 케이스로 보인다.
눈만 봐도 웃음이 터지고,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어서 결혼했다는 커플은 생각보다 많다. 가수 이효리만 해도 이상순과 결혼한 이유로 "오빠랑 대화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 오빠랑 대화하려고 결혼했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효리 역시 재미, 그 것만이 결혼한 이유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재미’는 결혼생활이라는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드는 조미료 같은 것이다. 상대와 많은 부분에서 성향이 잘 맞고, 재미까지 있으면 사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주변을 보면 취미마저 잘 맞는 커플이 알콩달콩 재미있게 잘 사는 것 같다.
반면 “내 남편은 크게 재미는 없어” “와이프는 집에 있길 좋아하고 나는 외향적이라 안맞아”라는 식으로 차이를 말하는 커플도 정말 많다. 취향, 성향이 안 맞는다게 아쉽다고 토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초에 ‘재미’가 1순위 조건이 아니었던 커플이어서 그런지, 그런 점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잘 못봤다. 결혼으로 인해 서로에게 주어진 의무나 책임같은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 깊이 존중하고 사랑하며 오래 신뢰를 쌓은 관계는 더욱 그렇다. “우리 남편은 재미는 없지만 다정하고 듬직해!”라던 친구의 말이 딱 와닿는 이유다. 내 주변의 다른 커플은 애초에 놀이 성향이 잘 안맞았던 케이스지만, 상의 끝에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악기 동호회를 찾아서 공통의 취미를 만들었다. 애정이 있고, 노력하면 ‘노잼’커플도 ‘유잼’커플이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