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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25. 2021

남친 강아지에게 물린 뒤 일어난
충격적인 일

강아지 때문에 파혼한 커플 이야기


대한민국 반려동물 인구 1천5백만 시대. 약 4명 중 한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동물과 함께하는 캠핑장부터 호텔에 이르기 까지, 사랑하는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도 늘고 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라는 의미는 우리 삶에 그만큼 깊숙이 스며들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단하는 가운데, 반려동물과 배우자가 충돌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반려동물과 평생의 반려자가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런 주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베일리어게인> 스틸컷


네 강아지가 나를 싫어해

요즘 지인 A의 이야기는 아직 반려동물에 대해선 생소한 인식을 가진 내게도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A는 얼른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며, 연애를 시작한 상대방에 대해 소개했다. 사람 보는 눈이 깐깐하고 높았던 A의 성미에 드는 이라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미래를 축하했다. 혼기가 꽉 찬 결혼적령기의 두 사람은 결혼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담이 오갔고,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면 상견례도 치르자는 말이 빠르게 나왔다. 그러다 느닷없이 결혼을 전면스톱했다. 이유는 상대방이 키우는 ‘반려견’ 때문이었다.


A 또한 반려동물을 애지중지하며 키운 적이 있었고, 하늘 나라로 보낸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금의 연인을 만나게 됐다. 반려견 한마리를 사랑 넘치게 키우던 사람이라고 한다. 반려견 때문에 직장도 상황에 맞춰 바꿀 만큼 ‘공들여’ 키우는 타입이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나 크다니. 둘만의 공통점을 발견한 이후 급속도로 마음이 더 커졌고, 결혼한 이후에도 지금 키우는 아이와 함께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면 됐다고 생각했다.


<화이트 갓> 스틸컷


그 상상은 A가 연인이 키우는 강아지에게 손을 물린 이후 씻은듯 사라졌다. 처음으로 반려견을 소개(!)하는 자리. 강아지와 함께 공원 산책을 하며 친해지려던 계획은 자신을 만나자마자 입질을 하며 으르렁대는 통에 물거품이 됐다.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아이가 놀란 것 같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 집에 들어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손만 잡으려고 하면 왕왕 짖어댔다. 이 강아지는 A가 키우던 온순하고 천사같던 아이와 전혀 달라보였다. 추후 교육을 한다고 해도 이미 견주를 자신의 발 아래로 보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키운 거지. A는 귀가 이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며칠 뒤 A는 남자친구에게 의사를 물었다. 결혼 이후 본가에서 키우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미 강아지로부터 또 호되게 내쫓김을 당한 이후였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설마 ‘유기’하려는 것이냐며 기겁하고,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라고 시간을 갖자고 통보해왔다. 오죽하면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친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견주와 그렇게 사이가 좋은 반려견을 떼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강아지를 전문적으로 행동교정훈련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말을 꺼냈을 때도 듣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있었다.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면서도, A를 제외하고는 다른 구성원, 친구 몇과는 만났을 때 지금껏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남자친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대화의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인데, 정말 좋은 사람이 맞는 걸까. A는 남자친구가 나에게 일순위가 되어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서글프게 들기 시작했다. 둘의 마지막은 허무하지만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마련해놓고 식장 예약까지 해놓은 상황에서 그 둘은 헤어졌다.


<안녕 베일리> 스틸컷


반려동물과 배려,
그리고 희생 그 사이

주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혼부부를 꽤 자주 봤다. 앞서 말한 A의 일화때문인지 나는 그들에게 ‘반려동물’로 갈등이 생긴 적이 있는지 물었다. 참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집안일에 포함되어있는 반려동물케어에 불만이 쌓여 싸운 경우도 많았고, 미혼 시절에 키우던 동물의 잦은 병원행도 문제가 됐다. 거기에 맞벌이로 인한 필연적인 불안증세에 누가 더 잘못했냐며 싸운 이도 있었고,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던 고양이털 알레르기도 싸움의 원인이 됐다.


혹은 미혼 시절 키웠던 파충류, 설치류가 결혼 이후엔 상대 배우자의 기호(?)에 맞지 않아 극심한 갈등을 빚어내는 경우도 상당했다. 우리는 왜 알지 못할까.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엄청난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반려동물이 온전히 나와의 삶에 함께 하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을 거쳐 노력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배우자를 맞이한다는 것은 이 노력이 한번 더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은 또 한번 그 시간과 정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아무렴 두 개체를 모두 사랑하기 위해선 결국 많은 에너지가 든다. 결혼,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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