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가족으로 소개하던 날, 당신의 등짝은 무사했나요?
우리 집은 2인 2묘 가구다.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리고 2019년 6월, 길에서 태어난 동네 고양이(이름: 안나, 수이) 두 마리를 입양했다. 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산지는 이제 만 2년이 되었다. 결혼생활, 가족으로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고양이들을 가족으로 들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정확히는 시댁과 친정에 알렸던 순간에 대해서.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것보다 두려웠던 건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고 어떻게 양가 부모님들께 알려야 할지였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는 절대 안돼" "키울 거면 나중에 나가서 키워"라는 말을 듣고 자랐던 터라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선했다. 이건 뭐 등짝 스매싱감이지. 하지만 나는 어차피 맞을 매 가장 먼저 맞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진해서 먼저 매를 맞기 위해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식은땀이 줄줄 나던 그때의 전화.
"엄마"
"오야~ 막내딸~"
"만약에... 나 고양이 키우면 어떨 거 같아?"
"... 으메, 데려왔어야? (눈치 백 단)"
"... 응...ㅎㅎㅎ 나 데려왔..."
"으메, 어쩌려고~ 어쩌려고 그러냐, 좋은 일이긴 한데... 난 몰라야~ - 뚝"
당황해서 전라도 사투리가 나와버린 엄마. 기억하자. 자식들이 물어보는 '만약에'는 사전적 의미인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가 아닌 [앞으로 발생할 일을 미리 대비하기 위함]일 수 있음을.
1주일 뒤 엄마는 조카들과 우리 집에 방문했다. 한 마리인 줄 알았던 고양이가 두 마리라는 두 번째 충격을 안고 말이다. 현실 부정과 고양이에 대한 궁금함을 가득 안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집에 방문한 엄마에게 몇 번의 등짝 스매싱을 맞으면서 그래도 조카들과 함께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후련했던 고양이 신고식. 시댁에도 말해야 했지만, 이건 남편이 알아서 잘 할 거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나와 달리 남편은 매일 부모님과 통화하는 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고양이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나도 무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셨고, 오랜만에 시누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안부를 물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남편의 고백이 이어졌다.
"엄마, 나 고양이 키운다."
"오호호~ 거짓말하지 말아~"
자, 이번엔 시누이 등장.
"엄마, 두 마리다."
무슨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는지 나와 시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호호' 웃기만 하던 어머님은 핸드폰 속 고양이 사진을 보시고 잠시 정지한 채 "어쩔 끼고~"를 몇 번 외치시며 내 등을 쓰다듬으시더니 아버님한테는 말하지 말라며 다음날 시댁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다음날 아버님에게 영상통화과 걸려왔다.
"마, 고양이 어쩔 끼고!!!"
(아니, 어머님... 말하지 말라면서요... 어머님도 저처럼 매를 먼저 맞는 학생이셨군요.)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고양이들 보여드리면서 "귀엽죠!"하며 아무것도 모르는척 해맑음 작전만 시전했던 것 같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 요즘은 손주 이야기가 나오려고 하면 손주 보여드린다며 고양이들을의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알아도 모르는 척이 필요할 땐, 이런 때인 것 같다.
인터넷의 '고양이 데려오면 내다 버리겠다던 아버지'처럼 지금 양가 부모님은 고양이를 '어쩔 수 없는 존재' 정도로 여기신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를 가장 많이 만나게 된 우리 엄마는 고양이를 조금 좋아하게 됐는데, 이제 내 등짝 대신 고양이 엉덩이를 토닥이게 되었다. 저번에는 침대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가 귀엽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예전이라면, 침대 속 고양이보다 침구에 묻을 털을 더 생각했을 테니까.
가끔 인스타그램을 보면, 우리처럼 가족으로 반려동물을 들인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의 처음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다들 등짝은 안녕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