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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16. 2021

코로나 때문에 장기간 생이별 중인 부부가 느끼는 감정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잘 다녀올게, 봄에 다시 만나.”
“조심히 잘 다녀와요.”


눈이 많이 오던 날, 도톰한 패딩점퍼를 입은 남편은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났다. 그의 장기 출장 때문에 본 집인 러시아를 떠나 갑작스러운 서울살이를 하며, 임시로 구한 서울의 에어비앤비 원룸엔 나 홀로 남았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말이 통하고 생활이 익숙한 고국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갓 입학한 대학원의 첫 학기를 필요한 책과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에서 보낼 수 있는 건 행운인지도 몰랐다. 겨울이면 햇살이 귀한 러시아와 달리 서울의 겨울은 일조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반짝였다. 잊고 있었던 겨울 풍경이었다. 따스한 겨울을 나면, 봄엔 남편이 돌아오고 여름엔 러시아로 돌아갈 테니 짧은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눈이 그치고 창밖의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고, 팝콘처럼 벚꽃이 팡팡 피고 지고, 녹색의 잎사귀가 무성해지도록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이 보내준 싱가포르의 모습


“코로나 때문에 업무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출장이 더 길어질 것 같아.”
“얼마나?”
“최악의 경우엔 연말에 만날 수 있어. 지금은 출입국도 자유롭지 않아서."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원래 그의 업무는 6월 중순에 마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출장 기간은 연장되었고, 한국을 오가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올해 초 있었던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 출장자를 위한 신속 통로(Fast Lane) 또한 남편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 없어졌으니, 그는 싱가포르로 들어가는 마지막 혜택을 본 셈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은 코로나 위험국이기에 우리는 반년이 되도록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온갖 살림살이가 있는 우리의 진짜 집은 주인을 잃었고,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펑펑 울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떨어져 지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연애할 때부터 원거리였고 그는 결혼 후에도 종종 2주씩 출장을 떠났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 슬픈 걸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정말 막막하겠다.”


아, 막막해서 그랬구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됐다.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하고 막연한 상태,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또 언제 우리의 진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이 끈질긴 코로나와의 악연은 언제 끝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이 상황을 돌파하고 힘을 내기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서 더 그렇다. 의지할 데 없이 쓸쓸하고 막막한 감정을 스스로 살펴보고 돌봐야 한다고 다짐해도 쉽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처음이라 그런 거다.


창밖의 하늘1
창밖의 하늘2

그러던 어느 날, 창밖을 보다가 남편과 함께한 제주도 신혼여행의 한순간을 떠올렸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가던 캄캄한 밤, 가로등 하나 없이 인적 드문 길, 낮엔 싱그럽던 나무와 풍경이 무섭게 느껴졌다. 누군가 튀어나올 것만 같던 그 길에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무서워. 여기가 맞을까?”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면 되지.”


시간이 지나니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눈이 밝아졌다. 익숙한 어둠 속에서 휴대폰의 지도를 보며,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걸었다. 결혼을 선택했고, 이제껏 겪지 못한 새로운 일들이 생길 수 있고,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럼 결국 숙소로 무사히 돌아왔던 이 밤길을 기억하자고. 우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었었다.


싱가포르와 서울의 시차는 한 시간, 그와 나는 다른 곳에서 같은 밤의 시간을 걷는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맞닿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닥친 막막한 이 어둠의 시간이 어서 흘러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다시 만나 계속 함께하게 되는 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던 이 수많은 밤을 추억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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